11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EBS 국정감사는 때아닌 교육방송에 대한 정체성 논란과 수능방송의 실효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EBS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질의보다는 구체적 프로그램 등에 질문이 집중됐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일관성 없는 질문도 제기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 국회 문광위의 EBS,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11일 고석만 EBS 사장(오른쪽)과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영화 '정사'와 EBS 정체성

이날 EBS 국정감사에서는 교육방송의 정체성 문제를 두고 의원들과 고석만 EBS 사장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EBS를 설립한 근본적인 목적은 공교육을 보완하자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EBS는 수능방송 이외에 채널을 자꾸 확대함으로써 본래의 목적이 상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도대체 영화 프로그램이 공교육 정상화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EBS를 보면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웅 의원이 영화 '정사'가 EBS에서 방영된 것을 지적하며 적절성 여부를 따지자, 고 사장이 "'정사'라는 영화는 전문비평가들 사이에 별 다섯 개를 받은 명작"이라고 응수,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어 "EBS는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등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공교육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채널을 늘리지 말고 교육방송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E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11일 고석만 EBS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하지만 같은 당 고흥길 의원은 이재웅 의원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쳤다.

"EBS의 생명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고 의원은 "하지만 EBS가 주당 편성해 놓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전체 방송시간의 6.25%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다큐 편성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EBS가 편성해 놓은 수능강의나 시사교양 프로그램만으로는 교육방송 본연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개혁을 위해 EBS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 교육개혁을 위한 프로그램 편성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당 윤원호 의원은 "EBS에서 지금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성해 놓은 프로그램들은 타방송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좀더 열의와 관심을 갖고 학업중단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편성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BS 수능방송 성공여부 논란

EBS 국정감사에서 또 다른 쟁점사안은 수능방송에 대한 실효성 여부였다.

   
▲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지금 EBS 수능강사는 116명인데, 이중 77%인 89명이 고교교사이고 23%인 27명이 학원강사"라면서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른바 고급강의일수록 학원강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EBS 수능방송이 공교육 붕괴를 초래한 '실패한 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EBS가 실시한 수능강의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7% 증가했으며, 지난 4월 EBS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학생은 46.3%, 학부모는 58.7%가 사교육을 그대로 받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EBS의 수능교재 판매수익이 올해 515억 원(방송교재 425억 원, 인터넷 교재 90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에 비해 무려 2.84배(작년 214억)나 증가했다"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김재홍 의원 또한 "현재 EBS 수능방송이 지나치게 과도화 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야의원들은 EBS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발전기금의 지원 확대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EBS 이사회, 편성위원회 변화 필요"

   
▲ 이효성/ 방송위부위원장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EBS 이사회 구성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EBS는 현재 9명의 비상임이사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과거 교육개발연구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모르지만, 지난 97년 이후 분리독립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교육부와 한국교총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는 것이 타당하냐"면서 "독립적인 교육방송기관의 위상으로 볼 때, 교육부 추천 인사와 한 단체로만 편중되어 있는 교육관련 단체 추천 이사에 대한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석만 사장은 "EBS 수능방송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단기적인 차원에서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점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방송위원회 이효성 부위원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검토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임동기·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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