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6일 실시된 행자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관제데모' 의혹을 풀어줄 '주민동원 문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명박 시장의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 이명박 시장과 신연희 행정국장은 '주민동원 문건'을 보낸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시 행정국장과 행정과장 명의로 각 자치구에 보낸 2건의 문건을 지난 6일 서울시 국감장에서 공개한 바 있다. 서울시 행정국장 명의의 문건은 '부구청장님께'라는 제목으로 "부구청장님께서는 직접 관심을 가지시고 각 구별 200여명의 참여인사들이 자치구별 집결지로 모이신 후 행사장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 행정과장 명의 '주민동원' 문건 사실로

서울시 행정과장 명의의 업무연락 문건은 각 자치구의 자치행정과와 주민자치과가 수신자로 돼 있으며 서울시 권역별 사전 집결 및 가두 홍보 계획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이러한 문건들이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을 풀어줄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공문서 위조'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검찰수사를 의뢰해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시의 자신감은 며칠을 가지 않았다. 시장이 '공문서 위조'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서울시의 담당 부서가 문제의 문건을 각 자치구에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시장과 신연희 행정국장의 '위증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천정배 원내대표 "위증책임 국회 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어"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시장과 신모 국장이 명백하게 위증을 하였다. 구청에 내려보낸 문건들에 대해 문건의 작성 사실조차도 부인했고, 문건을 내려보낸 일이 없다고 명백한 위증을 하였다"며 "위증을 하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과 신 모국장의 위증책임 추궁은 국회 차원에서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정치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국감장에서 이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비록 정식결재를 거치지 않은 문건이나 이 업무연락문건의 존재자체를 부인한 것에 대해 이미 유감을 표명했다"며 "이제 이 문제는 이것으로 종결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문건) 존재자체 부인한 것은 유감"

한나라당은 서울시의 주민동원 문건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여당의 정치공세'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시장은 문건을 보낸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나 서울시는 이번 논란을 이 정도에서 마무리짓자는 입장이지만 간단하게 정리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논란이 됐던 문건의 실체는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장과 담당 국장은 '관제데모' 의혹이 시작될 당시부터 문건을 보낸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이 시장의 사전인지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지만 사전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시장은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시장 '도덕적 책임' 자유로울 수 없어

서울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사안이 시장과 담당 국장도 모르게 추진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만일 서울시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서울시 운영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결국 책임은 이명박 시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이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명박 시장이 자신의 책임을 실무 담당자에게 전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은 한나라당 차기 대권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다. 이번 사건은 이 시장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시장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따갑다. 수도이전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이 시장의 대응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서도 여론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주민동원 문건'의 존재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다 사실로 드러난 이후에 적당히 넘어가자는 것은 책임정당의 모습과는 한 참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과잉대응' 지적 일부언론 반성 없어…동아일보 "정치공세 이쯤에서 그만둬야"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과잉대응'을 지적했던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4면 <여 '관제데모' 과잉대응 논란>이라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이날 <장관들까지 동원 '서울시 때리기'> <관제데모 공방 '오버'하는 여당> 등의 기사를 3면과 4면을 통해 각각 보도했다.

일부 언론들이 '관제데모' 과잉대응 논란을 제기했지만 '관제데모'의 실체는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관제데모'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일부 언론의 '과잉대응' 지적은 설득력이 있지만 상황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한 목소리로 '과잉대응'을 지적했던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등은 서울시 '주민동원 문건'이 사실로 드러난 뒤인 11일 이 문제를 사설로 내보내지 않았다.

   
▲ ⓒ 동아일보 11일자 A2면 사설
동아일보는 이날 <수도 이전 반대와 서울시의 '거짓말'>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 시장의 '거짓말'을 비판하면서도 "여당은 이 시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할 태세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정치공세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논란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일보의 사설 내용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논평과 결론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한겨레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공직자 도리"

반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이명박 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11일 <'뭐 낀놈이성내는'세상>이라는 사설에서 "서울시는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그 비도덕적인

   
▲ ⓒ 한겨레 11일자 19면 사설
행태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거짓을 말했다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번 '가짜 공문 파동'에서 공직 사회에 만연한 '거짓의 일상화'를 확인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순간의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태연히 거짓을 말하고 진실이 밝혀져도 그대로 넘어가는 '거짓 불감증'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어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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