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조간신문들은 주말 대형뉴스가 없었음을 반영하듯 제각기 서로 다른 1면 헤드라인을 내세웠다.

다음은 ‘9사9색’을 보여주는 11일자 전국단위 조간신문들의 1면 톱기사 제목(배달판 기준)이다.

-경향 <문턱높은 개인회생제 ‘헛바퀴 돈다’>
-국민 <공무원 이기(利己) 심하다>(왼쪽 박스. 오른쪽엔 ‘럼즈펠드, 자이툰 부대 전격방문’ 사진)
-동아 <16개 광역자치단체 ‘행정성적표’ 첫 공개>
-서울 <“알카에다, 관광객도 노린다”>
-세계 <불황속 서민살림 한숨만>
-조선 <중 싼샤댐 완공되면…서해가 ‘사해(死海)’ 된다>(왼쪽 박스. 오른쪽엔 <렘즈펠드, 자이툰 부대 전격 방문…“파병 감사”>)
-중앙 <시베리아 횡단철도-나진항 연결 / 러시아-북한 공식 합의>
-한겨레 <교육부, 서강대 감사추진>
-한국 <해외 예금이자·배당소득 금융종합과세에 포함된다>

‘가을풍경’ 밀어낸 ‘럼즈펠드 자이툰부대 방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10일 오후 이라크 아르빌로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한 사실이 각 신문 배달판에 추가됐다.

럼즈펠드가 방문한 시각은 한국시각으로 10일 밤 11시25분경. 국민 조선 중앙일보가 배달판 1면에 럼즈펠드 사진을 게재했고, 한국일보 배달판 1면은 사진 없이 기사를 실었다.

1면에 ‘자이툰 부대가 동아일보 기증 축구공을 이라크 마을에 전달했다’는 사진 기사를 게재한 동아일보는 럼스펠드 사진을 배달판 8면에 실었다. 경향과 세계일보는 8면에 해당 기사를 추구했는데 관련 사진은 싣지 않았다.

반면 서울과 한겨레는 배달판에서 이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신문에선 럼즈펠드 사진이 1면에 실리면서 ‘주말 가을풍경’ 사진이 밀렸다. 가판에서는 국민(‘한라산 단풍관광’) 서울(‘북한산 단풍절정’) 세계(‘한라산 불타는 단풍’) 조선(‘잠자리채 든 가을동심’) 등이 가을풍경 사진을 1면에 실었는데, 이중 국민과 조선의 사진이 럼즈펠드로 바뀌었다.

바뀐 제목1: 조선일보, 밤사이 멀어진 이라크 평화

조선일보 가판 A20면 톱기사 <이라크에 평화무드 / 알 사드르 민병대, 무기반납 합의…팔루자선 휴전 임박>이 배달판에서 <이라크 ‘머나먼 평화’ / 팔루자시 등 휴전무드 속 바드다드서 또 자폭테러>로 바뀌었다. 두 기사는 단수(5단 박스)와 편집(이라크 지도 그래픽 포함), 작성 기자는 같으나 내용이 변화했다.

기사의 첫 부분이 “이라크에 평화 무드가 흐르고 있다”에서 “이라크에 전운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고 바뀌었고 그래픽 제목은 <미군·이라크 방위군 vs 저항세력간 휴전일지>에서 <미군·이라크 방위군 vs 저항세력간 최근 전황>으로 바뀌었다.

바뀐 제목2: 동아일보, 각시도 ‘행정성적표’ 순위 바뀌어

동아일보는 가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16개 광역자치단체 ‘행정 성적표’ 첫 공개 / 1위 경북 2위 충북 3위 전남>으로 게재했다. ‘2003년 16개 시도 종합순위’ 도표도 넣었다.

그런데 배달판에서는 순위가 달라졌다. 1면 기사 제목이 <15개 광역자치단체 ‘행정 성적표’ 첫 공개 / 1위 충북 2위 경북 3위 충남>으로 달라지고 기사 내용도 바뀐 것이다. 도표 내용도 달라졌는데, 원래 광역자치단체의 각 평점을 순위대로 보여주었던 가판에 비해 배달판에서는 순위와 광역자치단체만 나오고 평점이 빠졌다.  

동아, ‘현직 차관-장성 등 난지도 라운딩’ 추가

동아일보는 배달판 사회면(A31면)에 <“차관-장성 등 난지도 라운딩 확인”/심재철 의원, 골프장 이용자 명단 입수 공개> 제목의 기사를 추가했다. 아직 개장하지 않은 난지도 퍼블릭 골프장에서 고위층 인사들이 라운딩한 사실이,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이 10일 공개한 자료에 의해 10일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는 전국단위 조간종합지 중 동아일보가 유일했다.

‘다이크 전 BBC 사장 회견’ 동아 기사, 조선과 닮아져

올해 초 이라크 침공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다 사임한 그레그 아이크 전 BBC 사장이 9일 한국을 방문,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 신문은 이에 대해 서로 다룬 비중을 두었다.

조선일보는 가판에서부터 A1면에 <“공영방송은 정부 대변인 아니다”>라는 인덱스를 싣고 A8면(문화면)에 <“정부·특정정당 대변하는 건 공영방송의 역할 아니다”> 제하의 통단 기사를 게재했다. 가판에서는 해당 기사가 보이지 않던 동아일보는 배달판 A16면(문화면)에 <“공영방송, 정부 대변인 돼선 안 된다”>는 기사를 추가했다.

조선, 동아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문화면이 아닌 ‘사람면’ ‘방송면’에 이 기사를 싣거나 아예 싣지 않았다. 국민과 중앙은 각 24면(TV면)과 25면(방송면)에 <“공영방송의 생명은 중립성”> <“중립과 다양성이 공영방송의 길”>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중앙은 연합뉴스 전재). 세계는 가판 24면(사람들면)에 <“경쟁서 이기려면 시청자에 만족줘야”>라는 기사를 실었다가 배달판에 데리다 부음 기사를 배치하면서 삭제했다.

한편 경향 서울 한국 한겨레는 해당 기사를 싣지 않았다.

닉 버그-김선일씨 아버지 만남, 신문별로 차이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참수 당한 미군인 닉 버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가 한국을 찾아 10일 김선일씨의 부모를 만났다. 이에 대한 기사 역시 신문별로 다소 엇갈렸다.

경향은 종합면 6면에 <그후/ 김선일씨 피살 4개월>이라는 한면 특집을 기획하면서 이 중 한 기사로 두 아버지의 만남을 다뤘다. 이외에 국민 동아 한겨레 서울 세계 조선 한국 등이 기사를 실었는데(동아는 배달판에서만) 대부분 ‘슬픔’을 강조하는 제목을 달았다.

이들 신문의 제목은 <“고통 나눈 사람끼리 만나도 위안보다 슬픔 밀려오네요”>(국민) <“자식 잃은 슬픔 용기로 이겨냅시다”>(동아) <“아들 잃은 부정(父情)”>(서울 배달판 사진기사) <“우리, 슬픔 묻고 용기냅시다”>(조선) 등이다.

반면 한겨레는 <“아들 잃은 슬픔 반전운동으로 승화를”>, 세계는 <“전쟁없는 세상 오길 함께 기원”>으로 제목을 달아 ‘반전’을 강조했다. 한국 기사의 제목은 <‘참수’ 닉 버그 부친 김선일씨 부모 만나>였고, 중앙은 유일하게 기사를 싣지 않았다.

데리다 사망, 조선 서울 발빠른 외부 기고문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8일밤(현지시각) 74세의 나이로 숨졌다. 이에 대해 신문들이 일제히 부음 기사를 실어 ‘거장의 죽음’을 추모했고 일부는 1면에 간단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함께 게재했다.

서울 한국 한겨레가 1면과 내지 사람면을 할애해 데리다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경향 동아 세계 중앙은 내지에 부음 기사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조선과 서울은 외부 전문가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조선은 A23면(문화면)에 부음 기사와 함께 김상환 서울대 교수의 <데리다 철학의 영향>을 실었고, 서울은 배달판 29면(사람일사람면)에 박철화 중앙대 교수의 <이단아, 그는 ‘읽는’ 사람이었다>를 추가했다.

마라톤 마라톤 마라톤

가을은 마라톤에 좋은 계절. 11일자 각 신문이 저마다 마라톤 관련 소식을 실었다. 동아는 사회1면인 A31면에 동아일보와 충남 공주시가 10일 공동주최한 ‘2004 백제큰길마라톤대회’를 사진 기사로 처리했다. 스포츠면인 A22면에는 <‘백제 큰길’ 수놓은 시민축제>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고 남녀 풀코스 각 1위를 차지한 시민의 미니인터뷰도 실었다. 원래 가판에는, 풀코스 98회를 완주한 여자 3위 시민에 대한 기사(A24 투데이면)도 실렸으나 배달판에선 빠졌다.

한겨레는 사회면인 7면에 ‘제2회 조선일보반대 춘천마라톤대회’ 사진을 게재했다. 오는 24일 춘천마라톤을 여는 조선일보는 11일자 스포츠면(A27)에 <춘천마라톤 D-13> 제목 아래 ‘페이스메이커들 심폐소생 실습’ ‘페이스메이커 48명 합숙훈련’ 등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건강면인 25면 전체에 마라톤 특집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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