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하는 윤광식씨 ⓒ이김준수
정부, 조직위원회, 협찬기업도 아니었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무엇보다 관객들의 참여와 호응이 가장 큰 자산이요, 핵심이었음은 분명하다. 항구도시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새로이 자리매김시킨 가장 큰 원동력도 영화팬들이었다.

부산 영화제 현장에서 PIFF 초기부터 매년 타지에서 부산까지 영화의 바다에 빠지는 윤광식씨를 만났다. 그는 매년 영화제를 만나기 위해 미리 프로그램을 짜서 예매가 시작하는 날, 새벽같이 예매처를 찾아가 표를 끊는 열성팬이라고 밝혔다. 영화제를 함께 볼 수 있는 애인도 찾고 있다는 그는 PIFF의 ‘열혈남아’에 다름 아니다. 그는 개막일(7일)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서 폐막일(14일)까지 영화제 지킴이로서 남아있을 예정이다. 윤씨는 현재 한 대형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영화평론가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인상은.

“여전히 활력 있고 생동감이 넘친다. 올해 특히 디카족들이 많이 보이는데 보기에 좋다. 첫 회부터 보여 온 활력이 9회째인 올해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 젊은 영화제다운 패기를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의 호응과 애정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정말 중요하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호응과 애정이 중요한데 PIFF의 경우, 그런 것이 살아있어서 영화제의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또 영화 패러디를 활용한 보안법 폐지와 같은 이벤트도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빔 벤더스 감독, 미이케 다카시 감독, 기무라타쿠야와 같은 해외 게스트들이 참석키로 했다가 오지 못한 점이다.”

-현재까지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아직 볼 것이 많이 남았는데(웃음). 8일에 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현재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의 이이야기라기보다 젊음을 불사를 줄 아는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했다. 나도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웃음). 중국의 독립영화 <비누극>도 꽤 괜찮았다.”

-매년 참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쉽게 보기 힘든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가장 큰 것 같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들의 작품들을 골라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자기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초기 영화제와 현재 9회까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동호 PIFF위원장이 확실히 늙은 것 같다.(웃음)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해외의 게스트들도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PIFF의 위상이 커졌다는 것도 확연하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만큼 부스나 이벤트들이 늘어나면서 영화외적인 것들에 의해 번잡한 느낌도 받는다.”

-관객들의 태도는 어떤 것 같은가.

“관객들의 경우, 한 3~4회까지만 해도 관객들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존중해준다는 의미에서 영화가 끝나면 박수나 호응이 엄청났다. 그런데 요즘은 영화가 괜찮을 경우에만 박수를 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초기 때는 진짜 영화 매니아들이 많이 와서 사전 정보 외에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안목이나 예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영화매니아 뿐 아니라 영화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많이 참여하면서 영화에 대한 에티켓은 초기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참여한 PIFF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때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4회 때 7일 동안 22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매일같이 술을 새벽까지 마셨다. 그러고도 졸지 않고 영화를 다 봤다. 아마 젊어서 그랬던 것 같다(웃음). 영화제란 아카데미즘을 논하기보다 모름지기 페스티발처럼 같이 호흡하고 즐기는 것이다. 6회인가 7회일 때 전라도에 있는 신문에서 인터뷰를 해 간 적도 있다. 아 참, 2회 때 노천카페에서 6명이서 술을 마시다가 1명이 오바이트를 했는데 다음 회부터 노천카페가 없어졌다(웃음)."

-PIFF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직위원회에서도 2008년 영화제 전용상영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빨리 완공돼서 관객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좀 더 자세하고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의 경우,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영화 검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현재 PIFF는 비경쟁영화제로 관객들에게 지향점을 맞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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