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일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고 백선엽 장군의 친일행적과 홍범도 장군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단정적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유 후보자는 자신의 자녀에 증여한 재산과 관련해 증여세 납부 자료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다.

유인촌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 외무성 장학금 지원 확정 시기, 비자 종류, 일본 출국일, 연구과제, 연구과제 선정 사유, 연구 성과, 지원 장학금, 장학금 반환 여부, 반환 금액, 한국 입국일 등을 포함한 일본 외무성 장학금 수혜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유 후보자는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공모로 선발하는 ‘학자 및 연구자 펠로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선발되었으며, 2006년 1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일본의 문화 지원 정책’을 연구한 바 있고 체제비를 지원 받았다”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은 “유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 시절 ‘국제법상 독도는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 외무성의 홍보 책자 배포에 침묵으로 대응했고, 재직 당시,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 전쟁’ 발언 논란과 서울문화재단 재직 이후 일본의 외무성 장학금을 받았던 전력과 겹쳐지며 장관의 친일 역사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도 있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대동아 전쟁’ 발언 논란의 경우 14년 전 오마이뉴스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9년 11월24일자 <유인촌 장관 “대동아전쟁” 발언 논란> 기사에서 유 장관이 지난 17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중국 젊은이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상해와 한국의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대동아전쟁시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나와있었고 많은 독립운동을 하던 한국분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곳”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한국어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유 장관이 분명히 '대동아전쟁'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전했다고 보도한 뒤 “실제 한 교민신문도 유 장관의 이날 문제의 발언을 기사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후보자는 “일본의 입장에 동의한 바 없으며, 2008년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의 일본 외무성 홍보 책자 배포에 대응하여 문체부는 어린이 독도체험관, 독도사랑 스티커 15만장 배포, 독도 수호 사이버 외교관, 외신대상 홍보(12개국 91개 매체), 정부대표 영문 홈페이지 내 특별코너 운영, 독도 관련 해외 전시회 개최 등 독도가 우리 나라 영토임을 적극 홍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아 전쟁 발언 논란을 두고 유 후보자는 “발언 논란은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방부가 ‘동해’ 대신 ‘일본해’ 표기를 한 행위를 묻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 후보자는 “국방당국은 다양한 경로로 동해 표기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동해 표기에 관한 우리 정부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본해’ 표기 문제에 대한 대응 계획이 뭐냐는 질의에 유 후보자는 “관계부처는 물론, 반크(VANK) 등 민간과도 긴밀히 협력(오류시정 민·관협력위원회 참여 중)하여 공동 대응방안을 지속 논의하고, 동해표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홍보 및 오류시정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어떤 견해냐는 전 의원 질의에 유 후보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단정적인 평가는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임종성 의원도 ‘홍범도, 백선엽에 대한 후보자의 평가와 견해’를 묻자 유 후보자는 동일한 답변을 내놨다.

특히 “김원봉과 협력하고 김일성과 남북협상을 한 김구를 ‘좌익’, ‘공산세력’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임 의원 질의에도 유인촌 후보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단정적인 평가는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사실상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좌익 독립운동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거부했다.

또한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두고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중심가로인데 전부 조선 사람들로 채워져 이는 건 공화국의 정체성을 모르는 한국인들의 착종된 의식 때문”이라는 일부 세력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유인촌 후보자는 “특정 개인의 의견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건국시점은 언제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유 후보자는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건국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유 후보자는 자녀에 증여한 재산과 관련한 증여세 납부 내역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의 자산 변화에 대한 의혹 관련, 독립 생계란 이유로 후보자 가족과 관련된 증여 부분에 대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데, 소명할 의지가 없느냐’고 지적하자 유 후보자는 “자산 변화는 부동산 거래 및 세금 납부, 금융상품 가입 등에 따른 것이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비속에 대하여 재산신고사항 고지거부를 하였”다고 답했다.

재차 증여세 납부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유 후보자는 “후보자 자신은 증여받은 재산이 없어 해당사항 없으며, 배우자는 후보자로부터 증여받은 현금 4억7700만원에 대하여 2018년 5월 증여세 자진 신고(배우자 간 증여 공제액 6억원 이내 증여세 미발생)하였고, 2022년 4월 후보자의 트리마제 아파트(서울 성동구 소재) 공유지분(1/2)을 증여받아 총 납부할 증여세 7억7809만9080원 중 2억6332만4630원을 기 납부하였으며, 증여세 잔액은 연부연납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 후보자는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의 경우 재산신고사항 고지거부 대상자로 제출이 어려움을 양해하여 달라”고 거부했다.

임종성 의원도 “자녀의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한 후보자의 증여가 이뤄졌으나, 증여세 납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직계존비속(부모, 자녀)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제출을 거부한 자료가 상당한데, 이러한 태도가 인사청문회 등 공직자 검증 제도를 형해화 한다”고 비판했다. 자녀들이 아파트(성동구 소재)를 위해 후보자로부터 증여받은 건들에 대한 증여세 납부 내역을 제출하라는 임 의원의 요구에도 유 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비속에 대하여 재산신고사항 고지거부하였으며, 증여세 납부내역 등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제출이 어”렵다고 밝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전재수 의원이 “유 후보자가 2010년 이후 부동산 3곳을 처분했고, 매각 대금이 16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해 후보자는 재산 신고를 통해 해당 부동산 3곳의 금액을 총 49억원 가량으로 신고한 바 있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110억대의 차익을 봤을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 재산 현황에서는 2010년과 2023년 사이, 약 41억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에 그치고 있다”고 질의했다. 전 의원은 “유 후보자는 과거에 편법 증여 의혹과 재산 신고 누락 사실로 문제되었던 만큼 차익 대금 사용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각한 3개 부동산에 대한 매각대금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취득, 부동산 거래에 따른 세금 납부, 금융상품 가입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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