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과 친명체제에 쓴소리를 내왔던 의원들을 향해 “고름”, “당을 흔들어온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방송에 나와 쓴소리한 의원들의 발언이 과하다면서 “기강을 잡겠다”, “윤리심판원을 통한 판단”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비명계 의원을 특정해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들어 청원수가 충족되면 윤리심판원이 조치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비명계 의원 가운데 일부는 “고약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실제 징계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며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좋은게 좋은게 아니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만고의 진리”라고 썼다. 그는 2일엔 “만약 구속영장이 가결되었다면? 이재명 대표 사퇴하라!고 즉각 주장했을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기각되었다. 그럼 가결, 사퇴를 꿈꿨을 가결파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라고 썼다. 지난달 30일 정 의원은 “칼로 찔러놓고, 수술결과 좋으니 오히려 ‘더 건강해진거 아니냐? 칼로 찌른 나에게 감사해라!’-어느 몰염치인”이라고도 썼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강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강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일 윤리심판원 징계론을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연결에서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는 것은 몇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당원들이 직접 제소할 경우에 윤리심판원에서 다룰 수도 있고, 지금 청원이 들어온 게 있는데, 5만 명 이상이 되면 지도부가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하게 돼 있다. 그 경우에 판단 하에서 그냥 이관하는 것”이라며 “윤리심판원에 판단해 달라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서 해결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몇몇 당원이 제소한 걸로 알고 있다. (징계 대상으로) 채택할지 기각할지는 윤리심판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방송에 나와 이재명 대표와 친명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던 인사들에 대놓고 기강을 잡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당의 기강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의원님들이 언론에 나가서 말씀하시는 것도 너무 과한 게 있고, 결론이 났는데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당대회를 통해서 선출된 당대표이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이 그런 것들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방송에서 나가서 해야 될 주장과 아닌 주장이 있고, 아무리 민주적 다양성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 주장이 당의 심각한 어떤 정치적 부담을 주는 것도 그거는 자제해야 되고 반드시 기강을 잡아야 된다”면서 “당원들도 국회의원들이 답답하고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도 과한 표현이나 위협적인 문자를 보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박찬대 의원도 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가결파 의원들의 징계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의원은 “공공연하게 (이 대표를) 탄핵했다고 표현하거나 아니면 가결했다고 선언하거나 칭찬받아야 한다고 표현해서 … 영장 기각 전후 꾸준히 민주당을 흔들어대고 지도부와 당 대표를 내려오게끔 구체적인 행동을 했던 분들은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원 청원으로 5명이 올라왔다는 점을 들어 박 의원은 “이번 시점에만 있었던 일은 아니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뽑힌 당 대표와 지도부가 내려놓고 내려와야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분들의 수를 우리가 넉넉하게 잡아도 한 40여 명 되지 않느냐”며 “민주당 의원 수가 170명 정도 되는데, 4분의 1이 되지 않는 분들이 흔들어대는 것은 민주적 원리에도 맞지 않으며, 검찰과 국힘당의 표에 손을 얹어 했던 행동이라 정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큰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특히 박 의원은 “단지 가결 여부 때문이라기 보다 오랫동안 지속되고 누적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참에 그동안 쓴소리를 해온 당내 비판세력을 축출하고자하는 뜻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표현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포동의안에 가결투표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그동안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포동의안에 가결투표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그동안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실제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청원 사례를 보면, △원내대표단 총 사퇴 요구(청원동의 2만8530명 동의율 57%) △신경민 전 의원 출당(청원동의 2만1310명 동의율 42%) △박광온 원내지도부의 총선 불출마 요구(청원동의 1만4962명 동의율 29%) △조응천 의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 요청(청원동의 9107명 동의율 18%) △송갑석 의원의 당 차원 지명철회와 강력 경고 요청(청원동의 8248명 동의율 16%) △고민정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청원동의 3737명 동의율 7%) 등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조응천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은 발언을 보면, “이미 방탄에 관해 우리는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MBC 시선집중 8월24일) “단식장 찾은 사람 안 온 사람 동조단식한 사람 안한 사람 구분하는 것은 십자가 밟기의 일환”,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SBS 정치쇼 9월12일), “단식 목적... 두루뭉술한 게 사실”(BBS 전영신 아침저널 9월12일) 등인데, 이런 내부 비판을 했다고 징계를 하자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에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3일 밤 KBS 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고름은 살이 못된다. 외상값 치러야 할 때’라고 한 정청래 의원 주장에 “좀 고약하다”며 “정 의원이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이 빗발치듯 하니까, 팬서비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정도다. (하지만) 고름, 색출은 아주 고약한 표현이다. 심하게 말하면 미개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밤 KBS TV 더라이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한 민주당 의원을 고름이라 비유한 정청래 의원을 두고 고약하고 미개한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KBS 더아리브 영상 갈무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밤 KBS TV 더라이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한 민주당 의원을 고름이라 비유한 정청래 의원을 두고 고약하고 미개한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KBS 더아리브 영상 갈무리

총선 공천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공천에 연연해하는 것으로 하는 것은 지극히 하등동물 취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에 사퇴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에 검은 먹구름을 주니까 차단시켜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며 “당 대표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고, 물러나라는 비판이나 얘기를 하는 것은 늘상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실제 징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명계의 징계 가능성을 두고 “내가 보기에 그렇게 배제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한두 사람 정도는 배제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많은 숫자를 배제하거나 (할) 그런 인물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징계 처분을 해서 당에 새로운 분란을 일으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