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경기 당시 포털 다음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국 응원보다 높게 나타나 논란이 된 가운데 정부는 범부처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선거 여론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양대 포털 댓글은 로그인 기반에 댓글 횟수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해 대대적인 매크로 조작은 어려운 상황이다. 

범정부 TF 꾸리고 포털 실태점검 추진

4일 국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포털 다음의 응원 논란을 언급하며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위한 범정부 TF를 제안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범정부 TF는 방통위,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가 참여할 계획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라며 “이번 사태의 배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현행법령 위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범부처 TF가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의 ‘가짜 여론, 가짜 뉴스’ 방지 의무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 국론 분열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총리는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오전 11시경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발전하면 바로 국기문란 사태가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긴급 현안보고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뉴스타파 선거조작 보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터지니 국민적 충격이 진짜 크다”고 했다.

지난 1일 온라인 공간에는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다음의 응원 서비스 캡처 이미지가 확산됐다. 포털 다음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국 응원보다 높게 나타나 최대 90%에 달했다. 한국 서비스에서 중국 응원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이례적인 상황이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번 논란을 ‘선거 여론조작’ 가능성으로 확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간사, 국민의힘 포털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4일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포털의 여론 조작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이라며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 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카카오, ‘과도한 중복투표’ 확인, 업무방해 수사의뢰 예정

카카오는 4일 설명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에 달했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전체 클릭의 99.8%에 달하는 1989만 건을 차지했다. 2개 IP가 중복 투표를 과도하게 해 비율을 왜곡한 것이다. 

▲ 논란이 된 다음과 네이버 응원 서비스 화면 갈무리
▲ 논란이 된 다음과 네이버 응원 서비스 화면 갈무리

카카오는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2018년 드루킹 사태 당시 포털 여론조작 관련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돼 2020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선례가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은 선거 관련 여론조작이 아닌 스포츠 경기 응원 서비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2의 드루킹 여론조작 가능할까?

정부여당은 이번 사안을 ‘선거 여론조작’과 연결 짓고 있지만 양대 포털은 선거 관련 콘텐츠에는 같은 문제가 나오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양대 포털 댓글 서비스가 여론 왜곡에 취약한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2018년 드루킹 사건 이후 매크로 등 방지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당시 정치권 압박의 결과 양대 포털이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 사진=Getty Images Bank
▲ 사진=Getty Images Bank

여론왜곡 가능성은 ‘로그인’ 여부에 있다. 다음은 응원 서비스를 비로그인 참여 방식으로 도입해 중복 참여가 가능했다. 같은 응원 서비스를 마련한 네이버는 로그인 기반으로 운영해 논란이 되지 않았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내 비로그인 서비스는 스포츠 응원과 티스토리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 댓글 서비스가 전부다. 이 외의 서비스는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 

현재 양대 포털의 뉴스 댓글은 본인확인을 전제한 로그인 기반으로 운영된다. 또한 양대 포털 모두 하루 댓글 작성 수가 계정당 20회로 제한된다.  댓글에서 매크로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한 조작 시도가 벌어지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단 기술도 갖추고 있다. 다음은 댓글을 채팅 형태로 전환하면서 ‘베스트 댓글’ 개념이 사라졌고,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

▲ 네이버는 뉴스 댓글통계 서비스를 통해 댓글 국가별 분포를 공개하고 있다.
▲ 네이버는 뉴스 댓글통계 서비스를 통해 댓글 국가별 분포를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수 제한 외에도 동일 대역에서 비정상적인 접근을 하면 감지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조치를 마련해둔 상황”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통계를 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양대 포털 서비스에서 여론왜곡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문제는 비로그인 기반의 이례적인 환경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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