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MBC사옥.
▲상암동 MBC사옥.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19일 이사회 현안 보고 자리에서 MBC의 대선 직전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용 보도 경위를 청취했다. 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사들을 중심으로 MBC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건식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신학림씨가 MBC 기자와 통화에서 김만배와 녹음 사실을 인정했고 보도 내용도 맞다고 했다. 전체 녹취록 제공을 요청했지만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도 ‘녹음파일에 사적인 내용이 많아 별도의 통화 파일 제공은 어렵다고 했다”며 보도 전 상황을 설명했다. 

2022년 3월7일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해선 “대선 기간 내내 정영학 녹취록이 보도의 주요한 분량을 차지하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육성이 처음 나왔다. (뉴스타파 보도 전) 대장동 보도가 사업자 선정과 수익구조 의혹에 집중되었던 반면 뉴스타파 보도는 사업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시드머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과 이를 겨눴던 2011년 검찰 수사를 다뤘고 여기에 거론된 인물이 유력 대선후보라는 점에서 보도 필요성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치팀‧법조팀 발제로 보도가 나왔다. 박건식 본부장은 당시 “김만배는 구속상태였고, 조우형은 기자들이 다각도로 접촉 노력을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전하면서도 “MBC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고, MBC는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부분은 방송한 바 없다”고 했다. 또 “봐주기 수사가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허위 보도라는 주장은 과도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박 본부장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단군 이래 최대 저축 비리라며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조우형에 대해 대검 중수부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보도 가치가 있고, 당시에는 (조우형이) 참고인 조사에 그쳤지만 2015년에는 (조우형이) 실형을 받았다”며 “2011년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있는 것 아니냐, 이것이 보도국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또 “윤석열 후보가 조우형을 모른다는 입장,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윤 후보가 부인하는 입장도 전달했다. 녹취 조작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당시 국민의힘 반응을 따서 전달했다. 대장동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주장도 반영했다”며 반론도 충실히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2022년 3월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이에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선거 직전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사실 확인을 다 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녹음파일을 전체 입수한 것도 아닌데 구속되어 범죄 한 가운데 있는 사람과 다른 사람 통화 내용을 그대로 믿고 선거 직전 보도했다. 너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C가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종잣돈을 덮었기 때문에 대장동 몸통‘이라는 걸 뒷받침하는 보도를 했다. 대장동 종잣돈 수사를 덮었다고 보도했으면 조우형이 대출받은 게 대장동과 관계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인 이사는 “KBS는 3월7일 당일 한 꼭지 보도했다. MBC는 네 꼭지를 다뤘다. 제목부터 단정적이었다”고 했으며 “(신학림-김만배) 대화가 녹음된 날은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된 후다. 그런데 MBC는 대장동 사건이 터지기 전에 녹음한 거라며 시청자를 현혹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MBC는 대선 기간 중 시종일관 이재명에게 유리한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이사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적어도 양과 질에 있어서 공정성 노력을 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한쪽은 강하고 집요하게 양도 많은데 다른 한쪽은 비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면서 “뉴스타파처럼 중도에서 다른 쪽으로 가는 매체에 대해 인용 보도했으면,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매체는 얼마나 인용했는지 통계를 달라”며 인용이 특정 성향 매체에 편중되었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기환 이사는 “MBC가 사실 보도를 본분으로 삼아야 하는데 선거판만 되면 꼭 플레이어로 뛴다”면서 “총선과 대선 직전 대형 오보를 낼 때 민주당에게 해로운 오보가 나온 사례가 있나. MBC 보도가 항상 오보를 낼 때 특정 정치세력을 향해 오보가 난다. 아닌 사례를 말해보라”며 한 때 격양된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해장국 저널리즘이 방송사 리스크를 키운 것”이라며 해당 보도에 대한 감사실 차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중묵 이사는 뉴스타파 보도를 가리켜 “정부 여당이 일방적 주장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 사실 여부가 결론 난 게 아니다. 이 부분은 MBC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며 “우리는 정부 여당 논리에 끌려가기보다 진실이 뭔지 조금 더 봐야 한다”며 감사실 조사는 섣부르다고 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MBC 보도를 비판하는 분의 주장이 100% 옳은 것도 아니고, MBC 보도가 100%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건전한 토론을 통해 (MBC 스스로) 자정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자정의 기회를 검찰 수사가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뉴스타파에 대해선 “탐사보도에서 성과가 있었던 언론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방통위가 해임했던 권태선 이사장은 약 한 달 만인 이날 이사회 회의에 복귀했다. 권 이사장은 “해임효력 집행정지가 법원에서 인용돼 이사회에 다시 오게 됐다. 염려해주셨던 이사님들과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한 뒤 “방문진법의 취지는 MBC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MBC가 독립성을 바탕으로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방문진이)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차기환 이사는 “인민위원회식 범법행위가 자행되었던 곳이 MBC다. 자기 편할 때만 방송 독립성을 갖다 쓰면 안 된다”며 “(방문진 이사회는) MBC 관리‧감독 부실에 올해 사장 임명 절차도 엉망진창이었다”고 주장한 뒤 권 이사장을 향해 “탄압받았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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