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식용금지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이 법안을 ‘김건희법’이라 부르면서 당 안팎에서 “통과시킬 의지가 없는거냐”, “천재적 아부, 공산 전체주의로 퇴보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야당에서는 “기괴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식용금지법안을 발의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이 법안을 ‘김건희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제가 대표발의한 개식용금지법안 2건은 ‘김건희법’으로 불린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개식용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이후 여야가 힘을 합쳐서 개식용방지법안을 발의했다”고 썼다. 이 의원은 “이번에는 ‘김건희법’이 꼭 통과되어 개식용으로 인해 발생했던 갈등과 사회적 논란, 국제적인 비난 등에서 대한민국이 자유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도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한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지난 4월 김건희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에서 ‘정부 임기 내에 개 식용을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지 4개월 만에 ‘김건희법’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며 “모처럼 여야가 ‘김건희법’을 계기로 협치의 모습을 보이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썼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하람 변호사는 1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김건희법이라고 부르는 거 보고 통과시킬 생각이 없으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야당 입장에서 보면 김건희법이라고 이름이 돼 있으면 통과시키고 싶어도 어떻게 통과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랑 굉장히 다각도로 지금 각을 세우고 있는데 법안 이름이 김건희법이면 찬성 쉽게 누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1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식용금지법을 국민의힘에서 김건희법이라고 부르는 것을 두고 법 통과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1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식용금지법을 국민의힘에서 김건희법이라고 부르는 것을 두고 법 통과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천 변호사는 내용에 대해서도 “보수 정당에서 자유를 굉장히 강조하고 법률이 과잉되지 말아야 된다는 게 기본 철학인데 문화적으로 개식용이 사실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법안까지 만들 일인가”라며 “내가 개 식용을 안 하더라도 개 식용을 하는 분들의 자유도 좀 존중하는 게 국민의힘의 기본 스탠스가 돼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는 반대”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법’??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부가 개식용금지법을 ‘김건희법’이라고 명명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법률에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붙이는 건,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을 무슨 신적 존재로 떠받들며 천재적 아부를 하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명색이 헌법기관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이니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전체주의’로 퇴보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야당에서도 이런 명칭을 질타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오전 강서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개 식용 금지 문제를 민주당은 당시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며 “하지만 거기에 비해 윤석열 후보는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많은 반려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고 지금은 최고위원이 된 장예찬씨 같은 경우는 ‘식용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반려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어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은 개 식용 종식을 김건희법으로 부르면서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며 “왜 김건희법이라고 했는지 참 기괴하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용와대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명을 내린 것인지 알아서 충성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양평고속도로는 김건희로드, 국회 입법안은 이제 김건희법이라고까지 부르고, 이러다가 김건희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강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식용금지법을 국민의힘이 김건희법이라고 부르자 기괴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강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식용금지법을 국민의힘이 김건희법이라고 부르자 기괴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건희법’을 주도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법 이름으로 부르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꼭 이걸 김건희법이라고 불러야 되는 것이냐’는 질의에 “과거에 저희들 그 법안을 보면 사람 이름을 딴 법안들이 가장 많이 있었다”며 “그게 국민들에게 쉽게 홍보”된다고 반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는 개식용 금지 및 유기견 이슈와 관련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며 “개식용금지법을 ‘김건희법’이란 별칭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동물애호단체들”이라며 “많은 언론들이 ‘김건희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의장은 “여야 의원 44명이 올해 11월까지 입법을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뉴스가 보도된 이후에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언론이 쓰는 용어를 정치인이 인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것을 트집잡는 것은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백브리핑에서 ‘여론조사 반대 많다는데’라는 질의에 “아니다. 당론으로 추진한다. 당의 입장”이라며 “우리 당 국회의원 44분이 이미 개식용 금지에 대한 모임을 하고 있고, 몇몇 의원은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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