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을 연기한 유인촌의 모습.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을 연기한 유인촌의 모습.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자료에서 확인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은 모두 82명으로, 문화계·배우·영화감독·방송인·가수로 구분해 강성 성향이 69명, 온건 성향이 13명이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문화예술계는 “유인촌씨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문화부 장관에 재직하던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에 이어 두번째 문체부 장관직에 도전 중인 유인촌 장관 지명자는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을 연기했고, 이를 인연으로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이명박 정부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올랐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을 잇따라 몰아내는 ‘표적 인사’로 비판을 받았으며, 취임 직후였던 2008년 3월엔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30여 년 전 ‘연기자 유인촌’은 달랐다. 그는 방송연예인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1991년 20일간의 총파업을 주도했다. 그해 6월11일자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유인촌 노조위원장은 KBS와 MBC를 겨냥해 “방송사는 우리를 스타다 공인이다 말하면서 출연료 협상에서 일방적 양보를 강요한다”고 비판하며 “이제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몫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방송연예인 파업은 1988년 한국텔레비전방송연기자협회(회장 이순재) 주도로 연기자들이 파업을 단행한 이후 두 번째였다.

▲1991년 6월11일자 한겨레 지면.
▲1991년 6월11일자 한겨레 지면.

유인촌 노조위원장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출연료 인상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은 시청자로부터 잊혀지고 그러다 보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고 전한 뒤 “이런 연예인들의 불리한 위치를 두 방송사는 교묘히 이용해 연예인들의 단체행동을 막아왔다. 밉게 보이는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방송사에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91년 MBC 드라마 <땅>이 사회 고발성 메시지로 화제를 모으다 조기종영 사태가 벌어지자 유인촌 위원장의 방송연예인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현 언론노조)과 함께 조기종영을 “방송 탄압”으로 규정하고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고 조기종영을 철회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시 <땅> 출연자 24명은 성명을 내고 “땅에 떨어진 도덕률, 부동산투기, 정경유착, 공직자 비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곪아 터져 나온 문제는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죄인가”라고 주장했다. 해당 드라마는 50회 예정이었으나 결국 15회로 조기 종영했는데, 당시 방송연예인노조는 성명을 통해 50회분 방영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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