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은 최근 정치상황이 어떤 모습인지 그대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오전에 국감 질의를 끝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치도 양보 없는 공방을 주고 받았다. 국감의 경우 통상 여당이 정부를 감싸고 야당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서울시 국감은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구의회가 시장이 지휘하면 행동한다고 보는가" "시의회는 시장 말을 잘 안 듣고 구의회는 구청장 말을 안 듣는데 이런 구의회가 하는 행사를 관제데모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수도이전 부당성 부각

   
▲ 6일 국회 행자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이 시장은 "관제데모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군사독재정권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민간 스스로 (시위에 나오는) '민제데모'는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구의회와 시의회가 서울시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고 시장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각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들 대부분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시 항의방문을 나섰을 때 몸으로 저지했던 인물들도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었다.

이 시장을 변론하는 데 질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의원은 "오늘 경향신문을 보면 국민 74%가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여론이 높아져 가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했고 이 시장은 "앞으로도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명박 시장 "국가 안정 위해 국민의사 물어야"

또 이 의원은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통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고 이 시장은 "국민 여론이 높아지면 (수도이전 반대)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가안정을 위해서는 국민 의사를 묻는 것이 좋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서울시에서 구청에 내려보낸 교부금은) 문화행사를 하라고 한 것 아닌가"라며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의 뜻과 어긋나게 관철하기 위해 서울시장과 구청장 겁을 주기 위해 (관제데모 의혹을 주장)하는 것인데 서울시장은 겁을 안 먹죠?"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관제데모 의혹부각

   
▲ 6일 국회 행자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의원 보좌진들이 질의 준비에 분주하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을 집중 부각시켰다.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재 11개 구청에서 서울시의 특별교부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양천구, 종로구 등은 (관제데모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시장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수 차례 했다. (공무원들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은 (참여여부를) 나름대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승만 시절도 아니고 유신시절도 아닌데 국회의원이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행정기관을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서울시청 항의방문 당시 일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실력 저지한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서울시의 관제데모 의혹을 추궁하기 위해 각종 근거자료를 동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관제데모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한나라당도 적극 변론에 나섰다. 양당의 의견은 오전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서울시 국감, 정치공방의 현장

서울시의 한 해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국감이 정치공방의 현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울시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이 시장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고 이 시장에 대한 비판을 변호하는 데 질의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이 시장에 대한 추궁을 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에게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국감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수도이전의 정당성 여부와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의 진상이 가려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회 행자위의 이날 오전 서울시 국감은 혼탁한 정치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은 평행선 달리기를 거듭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정치혐오주의와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최근 우리사회의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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