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신문을 뒤적이다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패스트푸드점  ‘McJob’ 미성년 노동자들>이라는 기사였다.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가 4주 동안 패스트푸드 업체 2곳에 잠입 취업해 미성년자들이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실태와,  학교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아이들의 현실을 드러낸 기사다.

   
▲ 조선일보 9월16일자 A13면(왼쪽), 9월17일자 A19면(오른쪽)
미국의 웹스터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McJob’은 ‘McDonald  Job’의 준말로, 맥도날드
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뜻하는 말이다.

기획 기사들이 보통 그렇듯이 이번 기사  역시 처음부터 4회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롯데리아, KFC,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파파이스, 피자헛 등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각종 급여를 제대로 지급해오지 않은 사실이 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난 8월11일, 이제 막 수습기자를 면한 사회부 신은진 기자는 ‘직접 패스트푸드점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해서 경험해 보고, 현장 르포 기사를 쓰겠다’면서 기획안을 제출했다.

기획안은 받아들여졌고, 신 기자는  곧바로 패스트푸드점에 이력서를 내  두 군데에 취직이 됐다. 오전과 저녁, 두 타임을 뛰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먹었던 일주일이 지난 후에 얻어진 것은 크게 없었다.

처음 해 보는 일에  적응하기에도 빠듯했고,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아이들과 친해지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 조선일보 9월18일자 A13면(왼쪽), 9월20일자 A11면(오른쪽)
“임금 같은 문제는 민감해서 아이들이  쉽게 얘기하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일주일 동안의 경험만으로 기사를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고했는데, 데스크가 ‘그렇다면 충분히 취재가 될 때까지 일을 해 보라’고 해서 더 일했죠.”

일하기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나면서 한 회로  끝내려 했던 르포 기사는 아이들의 노동 착취 현황, 임금 떼먹기, 비위생적인 주방, 학교를 포기한 아이들 등 4회 시리즈물로 확대됐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는 고된 일들, 지저분한 곳에서 15분만에 식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을 다룬 9월16일자 <일, 노동, 고역>에 이어 초과수당과 주휴수당을 한푼도  주지 않는 현장을 고발한 <임금 떼먹기>(17일),  주방과 일하는 아이들의 위생  상태를 보여준 <주방 이야기>(18일)에 이어 시리즈 마지막편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 공부와 다른 미래를 포기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준 <학교를 포기하다>로 장식됐다.

기사가 나간 뒤 신 기자는 정말로 많은 협박·격려성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위장취업’을 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친하게 지낸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온 문자. 그 학생의 친구 한  명이 예전에 일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동안 못 받았던 주휴수당 같은  것을 받았는데, 그 돈이 무려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 턱 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학생 역시 업체로부터 미지급 임금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일했던 지점의 점장도 ‘기사가 나간 뒤에  본사에서 난리가 나서 마음고생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 수당을 챙겨주고 싶어도 못 해준 부분이  있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면서 고맙다고 전화했더라구요. 이번 취재를 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기자를  처음 꿈꿨을 때 생각했던 모습과 가장  가깝게 느껴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바꾸는 데 기자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이런 자세를 잃지 않고 열심히 기자 생활을 할 겁니다.”

한 신문사의 기자는 “4주 동안이나 고된 일을 하고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도 그렇고, 이런 취재를 위해 회사에서 기자에게 한 달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게 부럽다”면서 “이런 기획기사가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실태 조사와 형식적인 시정조치에 그치지 말고, 좀 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노동 정책의 입안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학업을 완전히 포기한 채 열악한 노동환경에 던져지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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