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는 얼굴마담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추석 선물을 기사로 받은 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전체 기자들에게 ‘시간이 되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고,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설렁탕집에서 30여명의 기자들과 식사를 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추석을 앞두고 자리를 마련했는데,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다. 이해해 달라”면서 “당이 조용하면 기사 쓸 게 없다. 시끄러운 게 저희가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수도이전, 국가보안법 등의 현안에 대해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언급한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닮아 돌출 발언을 한다고들 하는데,  이는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국가보안법과 관련,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률명을 바꾸고, 정부 참칭조항  삭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의원이라면 개인 생각을 말하면 그만인데, 당 대표이기 때문에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돌출 발언’으로 규정한 당내 기류를 일축했다.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박  대표의 발언들은 다음날인 9월24일자 모든 언론에서 주요 기사로 보도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자는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참기름 세트나 술 세트 등 1∼2만원짜리 선물이라도 나눠줬는데, 올해는 박 대표가 일찍부터 ‘추석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제안했었다”며 “당 대표로서 추석선물을 못 챙겨줘 기자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지만, 결국 기자들에게는 이런 기사거리가 선물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다른 기자는 “박 대표로서는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고, 기자들 입장에서는 박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자신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라서 기사가치가 있으니 양쪽 다 윈-윈 하는 간담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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