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대 외주제작사를 중심으로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 받지 않고 자체 예산을 조달해 드라마를 만든 후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 ‘사전제작제’가 활기를 띠면서 드라마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2차 저작권과 해외저작권 등 드라마에 관한 대부분의 권리를  행사해 왔지만 외주제작사가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형식의 ‘사전제작제’가 보편화 될 경우 저작권을 주장하기 힘들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종학 프로덕션은 최근 김희선·권상우 등을 내세운 20부작 미니시리즈 <슬픈 연가>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내년 초 MBC에서 방영키로  되어 있는 <슬픈 연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총 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로 제작사는 국내 방송사에는  방영권만 주고 직접 해외시장을 겨냥해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11월 SBS에서 방영예정인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제작사인 JS픽쳐스와 로고스필름이 제작비 50억원을 들여 자체 제작한다는 점을 들어 방송사에는 방영권만 주겠다는 입장이다.

외주사 “방송사는 대박 제작사는 쪽박”

외주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나선 기저에는 방송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독립제작사협회에서 발행하는  ‘KIPA저널’ 10월호에 실린 <특집:  드라마 외주 빛 좋은 개살구-’방송사 대박 제작사는 쪽박’>이라는 글은  외주제작사가 방송사에 갖고 있는 인식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 글의 필자는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KBS의 <풀하우스>, SBS의 <파리의 연인>, 지난해 인기를 몰았던 SBS의 <올인> 이들 모두가 방송사에 떼돈을 벌어주고 제작을  맡은 독립제작사는 거덜이 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필자는 또 “겉으로는 독립제작사를 돕는  척하면서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깎고  협찬광고가 들어오면 협찬광고요금마저 비율제로 떼어가고 그것도 모자라 저작권, DVD, CD, 타이틀 사용권한까지 챙겨가고… 결국 독립제작사는 재주부리는 ‘곰’  노릇만 하고 있으니, 독립제작사 육성은커녕 고사 일보직전에 놓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독립제작사협회가 밝힌 국회자료에 따르면 KBS가 <풀하우스>를 통해 얻은 순이익은 김종학 프로덕션에 준 제작비 16억원과 방송발전기금 등 기타 비용을 제하고도  20억5223만원이었으며, SBS도 <파리의 연인>으로 약 29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드라마 제작을 맡았던  <풀하우스>의 김종학 프로덕션은  “KBS에서 받은 16억원의 제작비로는 적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파리의 연인>의 캐슬인더스카이도 “SBS로부터 받은 16억원에 PPL 13억원을 채워 겨우 1억원의 순수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제작비 인상·해외저작권 조정”

그러나 방송사 관계자들은 “밖에 알려진 것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며 “방송사에서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MBC의 한 관계자는 “보통 방송사에서  자체 제작하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회당 6500만원 선인데, 외주의 경우 현실을 고려해 9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까지 지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판매 수입도 6:4  정도로 나누고, PPL로 얻어지는 협찬금을 전액 외주제작사에서 갖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측면도 있다”며 “드라마 저작권은  방송사에 귀속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SBS의 한 관계자도 “제작비에서 큰 부담이  되는 배우의 몸값을 외주제작사가 띄운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부분도 있는데, 모든 잘못을 방송사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방송사의 중요한 콘텐츠인 드라마 저작권을 넘겨주기는 어렵고, 대신 제작비 상향지급과 해외저작권 비율 조정 등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미 해당 드라마의 편성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그 자리를 메울만한 프로그램을  찾아야하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외주제작사 역시 사전제작을 하게 되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 안게되고 방송사에서  편성을 하지 않으면 당장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은 방송사가 돈을 더 지불하는 대신 저작권을 확보하고 외주제작사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것으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외주제작사가 만든 드라마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경우 저작권 논란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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