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When all  think alike, then no one  is thinking)’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이 남긴 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동일한 시각을 견지한다는  것은 시각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 독설적 표현은 우리 방송의 외신보도의 현실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행으로 굳어버린 단신 위주의 외신종합은 차치하더라도 주요한 해외이슈들에 대한 외신의 보도내용들에 있어 우리 나름의 시각과 분석이 결여되어 있음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이다. 더구나 최근의 이라크 전쟁이라는 우리와 직결된  사안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조차도  서방통신사의 영향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방송계 내부에서부터 뼈아프게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우리 외신보도의 현실에서 지난 9월부터 EBS가 선보인 <김민웅의 월드센터>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전문적 보도역량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주6일간 매일 오후 2시간을 가장 많은 품이 드는 외신전문 프로그램에 할애한다는 것 자체가 방송사로서는 상당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시적으로 한 꼭지를 잡아 한 주제를 한 주 내내 매일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는 것은 지금껏 우리 방송의 어떤 외신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결코 EBS가 이 프로그램을  준비함에 있어 구색갖추기에 그칠 생각이 없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교육방송’이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서의 사회교육을 구현하고자 하는 EBS의 몸부림에 질곡이 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EBS가 어학강좌를 폐지하면서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에 대한 냉담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찌보면 EBS의 이 같은 선택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한 사회에서 의견의 다원성을 구현한다는 것이 공영방송의 주요한 이념 중 하나라는 점에서 여타 공영방송에 비해 절대적으로 빈곤한 물적 토대를  가진 EBS로서는 ‘새로운  시각의 창출’이라는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출범 두달 째를  맞은 <김민웅의  월드센터>가 결국 ‘빈곤의  시각’에 머무를지  아니면 ‘시각의 빈곤’을 극복하는 단초가 될지는 일단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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