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사옥.
▲서울 상암동 MBC사옥.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 8월 중이동관 특보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MBC 경영진 교체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5개월째를 맞은 안형준 MBC사장이 “MBC를 흔들고 위축시키려는 공세에 흔들리지 말자”며 입장을 냈다. 

안형준 MBC사장은 21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4년 전 오늘 우리는 소중한 동료이자 훌륭한 기자를 잃었다. 故 이용마 기자의 4주기가 되는 오늘,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을 강행했다”며 “방통위가 KBS와 EBS 이사진에 이어 방문진 이사진에게도 압력을 가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련의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는 이에 대한 여러 대응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돌아보면 MBC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MBC는 그동안 전 직원의 하나 된 헌신으로 잃어버렸던 국민 신뢰를 되찾고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MBC가 지금까지 쌓아온 위상이 외부의 공세와 압박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믿고 단결하면 공영방송 MBC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MBC 구성원들을 향해 “MBC의 위상을 흔들고 공적 역할을 위축시키려는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시청자와 국민을 바라보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제 자리를 지키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이라 덧붙였다. 오는 9월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 절차 이후 여권 중심으로 바뀔 방문진 구도에서 경영진 교체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할 경우, 차기 MBC 사장은 10월 말~11월 초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상암동 MBC앞 언론노조 MBC본부가 설치한 현수막. 사진=정철운 기자
▲서울 상암동 MBC앞 언론노조 MBC본부가 설치한 현수막. 사진=정철운 기자

文정부에서 MBC사장을 거쳤던 전임 사장들도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성제 전 MBC사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환 이사 임명 소식을 전하며 “저 사람들은 절대 국민 눈치를 보거나 역풍 같은 거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는 공영방송 장악이 아니라, 공영방송 해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하며 공영방송 해체 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최승호 전 MBC사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 출신 대통령 정부에서 앞장서서 법을 짓밟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바로잡을 곳은 사법부뿐”이라며 “권태선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한다면 대한민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언론의 자유를 되살려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 그리고 판사 출신이면서도 불법적 행태를 보조한 이상인 방통위원은 반드시 대가를 받을 날이 올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21일 성명을 내고 “단언컨대,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진을 해임하고,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는 것은 처절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로지 권력의 힘만 믿고 높이 쌓아 올린 과오와 만행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오늘은 권력에 맞서 마지막 순간까지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호소했던 이용마 기자의 4주기다. 절망과 위기의 현실에서 그게 처절하게 외쳤던 것처럼, 남은 우리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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