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4일 오후 2시 재개된 문화부 국감에서도 시민단체의 언론개혁입법안을 신군부가 도입한 '언론기본법'과 비교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시민단체의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 4일 열린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질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시민단체가 입법청원한 언론관계법은 신군부가 만든 언론악법의 대명사인 언론기본법과 똑같다"며 "시민단체의 법안은 권력이 언론에 침투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최 의원은 "이 법은 언기법보다 가혹한 처벌조항이 가득 차 있다"며 언론피해구제법에 명시된 처벌 조항 등을 집중 비판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시민단체가 청원한 신문법안에는 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정간법에 전면 삭제된 '언론의 공적책임' '민주적 기본질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이는 5공시절의 언론기본법을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언론의 공적기능과 민주적 기본질서 존중이라는 조항은 말은 그럴 듯하지만 신문탄압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87년에 삭제된 것"이라며 언론의 공적책임을 명시한 시민단체의 법안의 1조, 5조, 6조과 언론기본법의 1, 3조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신문사의 경영 등을 문광부에 보고하도록 한 신문법안의 21조가 언론기본법 12조와 닮았다"며 "언론통제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조직적인 공세에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법률은 역사발전의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데 단어만을 두고 언기법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김 의원은 "언론의 자유만 얘기하는데 우리사회는 이미 정치민주화를 상당히 이룩했다"며 "정치민주화를 이룬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 못지 않게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며 언론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정동채 문화부 장관은 김재홍 의원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자유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언론의 자유 부재론을 부정했으나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므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정 장관은 신문사 소유지분제한의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도 "소유지분제한이나 편집권 독립은 여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중요한 문제이므로 여야의원간에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정 장관은 김재홍 의원이 언론피해구제법이 가혹하다는 한나라당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던진 질문에 "공익의 측면에서 다른 분야보다 언론인에게 도덕성은 더 많이 요구되므로 배임횡령에 대해서 더 무거운 형량주문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법률은 국회에서 다룰 사안인 것 같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장관이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를 매섭게 추궁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문화부 배종신 차관에게 언론개혁법안에 대해 입장을 요구했으나 배 차관이 "입장이 없다"고 밝히자, "언론개혁에 대해 국민여론과 국회의원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정부가 책임있게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문화부를 혹독하게 질타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부 국감장에 들려, 한나라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오후 4시경 문화부 국감장을 찾아 이미경 문광위 위원장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문화부 국감을 1시간 여 동안 지켜보면서 문광위 활동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복지부 국감에 참석한 후, 오후 국회 행자부 국감과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의 보수단체가 주최한 시청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집회에 참석했다가 문화부 국감에 들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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