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3명.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 참석한 기자 수. 상시 출입이 아닌 미디어오늘을 제외하면 2명뿐. 브리핑룸을 지키는 실무 공무원들의 머릿수가 취재 기자보다 많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일일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코앞에 두고 정부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일일브리핑은 국민 불안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개최할 예정”이라며 “브리핑 목적은 오염수에 대한 궁금증이나 우려 해소에 있다. 이번 기회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 방침에 비판도 뒤따랐다. 일부 언론은 “일본도 안 하는 ‘오염수 불안 해소’ 브리핑을 매일 연다”(한겨레)고 타박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본 오염수 방류를 대신 옹호하고 해명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 참석한 기자 수는 3명. 기자석이 많이 비어 있다. 사진=JT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 참석한 기자 수는 3명. 기자석이 많이 비어 있다. 사진=JT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공무원보다 적은 기자 머릿수

그러나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이든, 고위 공무원들이 언론 앞에 나와 오염수 방류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다.

더구나 과학 영역의 이슈인 만큼 정부 전문가들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도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일일브리핑은 기자가 제대로 묻고 정부가 제대로 답하는 공론장이어야 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결국 피할 수 없대도 우리 정부가 일본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지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감시해야 한다.

일일브리핑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브리핑 운영이 심상치 않다. 초기엔 7~8명의 취재 기자가 참석했으나 7월 초부터 2~3명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20일은 CBS 기자 혼자 자리를 지켰다. 브리핑 현장의 터줏대감 연합뉴스 기자가 여름 휴가를 가면서다.  

‘23년 ○월 ○○일 오전 11시’로 일시를 공지하던 알림 문자도 21일부터는 ‘23년 7월21일 오전 11시부터 11시20분까지’로 바뀌었다. 물론 온라인으로 브리핑이 생중계되지만 여러 현안에 관한 정부 입장과 견해는 기자들의 현장 질문과 이어지는 답변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정부는 브리핑 개편 사유로 폭우로 인한 수해를 꼽았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제가 평소 모두에 여러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드리는 시간을 운영했는데, 오늘은 그 절차는 생략할 계획”이라며 “최근 호우 피해 복구라든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일브리핑은 가급적이면 수산물 안전 정보 중심으로만 설명 드린다”고 했다. 

호우 피해와 브리핑 운영이 어떤 상관이 있을까. 박 차장은 21일에도 “지난 주말 대규모 폭우가 있었고 전 국민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브리핑에서 정무적인 건 잠시 내려놓고, 우선 수산물 안전 부분만 계속 브리핑해드릴 것”이라며 “주말에 많은 비가 예정돼 있는데 문제 없이 지나가면 브리핑 내용은 정상화하고 기타 운영에 관해선 기자단 의견을 반영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기자와 일대일로 주고받는 질의응답 때문에 브리핑 축소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브리핑에 참석하는 기자가 적다 보니 질문하는 기자와 정부 공무원들 사이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듯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시간 제약으로 두루뭉술한 질문을 던지기 바쁜 대통령 기자회견과 달리, 이번 일일브리핑 현장에서 기자는 사안 하나하나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 기회를 얻곤 했다. 기자의 질문은 반복될수록 날카로워진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문은 반복될수록 날카로워지는데

지난 20일 홀로 브리핑에 참석한 이정주 CBS 기자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46개 국가·지역의 주일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개최한 온라인 설명회에 우리 정부도 참석했는지 △설명회 내용은 공개인지 비공개인지 △설명회에서 나온 질의응답이 정리돼 있는지 △설명회에서 나온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할 생각은 없는지 등을 정부 측 답변을 끌어내며 순차적으로 물었다.

박구연 차장은 이에 관해 “(일본의 온라인 설명회 내용은) 파악하고 있고, 그 가운데 우리가 참고할 것이 있는지 다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 내용을 꼭 (언론에) 설명 드려야 하는 거냐,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 기자 질문이 이어지자 박 차장은 “잠깐만요. 사회자께서 말씀을 안 하시는데, 어느 정도 필요한 내용을 질문하고 우리들이 답하는 인터뷰 방식은 이해한다”며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켜주시는 게 좋다. 이게 질문이 너무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닌 것 같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박 차장은 “꼭 필요한 내용을 몇 가지 압축하여 종합적으로 질문을 주시면 우리가 그에 맞춰 답변 드리는 게 적절하다”며 “일련의 미세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 묻는 식으로 하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 브리핑 모양새가 이상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차장은 21일 “정부는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부분을 설명드리는 게 기본 책무”라면서도 “정부가 이것(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말고도 다뤄야 할 이슈들이 많고, 이런 점을 보면 (일일브리핑에) 투입하는 역량 등을 고려하는 게 맞는다. 주말 상황을 보고 간사단과 협의를 거쳐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 수가 줄어든 게 브리핑 축소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박 차장은 “내가 기억하기론 브리핑을 개편하겠다고 한 월요일(17일), 지금보다 기자분들이 훨씬 많았다. 그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지난 17일엔 CBS 기자와 인턴, 더 팩트 기자 등 취재 기자 3명이 브리핑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장이 취재 기자 수를 착오한 것일 수 있으나 정부 브리핑을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 수가 적고 그마저도 줄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가 일일브리핑을 대폭 축소한대도 이에 반대할 취재 기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장에 기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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