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방지법을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여성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성매매 업주들의 입장을 여과없이 보도하거나 성매매방지법에 실효성을 제기하며 성매매방지법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또한 사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부족하고, 대안제시가 전무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의 경우 법적으로 사라진 '윤락' 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기 전 <성 인신매매, 살인죄만큼 엄벌> 등의 다소 과장된 제목으로 성매매방지법이 강화된 것을 강조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업주들의 입장 여과없이 일방 전달

   
▲ 서울 청량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직원과 경찰들이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지난달 23일 서울 청량리역 인근 집창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불만을 켜놓은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
언론은 지난달 23일 밤 성매매지역에서 기습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며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반대여론을 부각시켰다.

언론은 "이들은 '꼬박꼬박 세금 내면서 장사하고 있고, 강압적인 감금행위 같은 것은 진작 사라졌다'며 '생계를 위해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문화일보 9월24일자), "미풍양속에 저해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감안해 평소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삼가온 집창촌 업주와 종업원들이 이번에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장 생계 유지가 어려울 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판단에서다"(헤럴드경제 9월24일자) 등의 보도를 통해 업주들의 입장을 자세히 전달했다.

이에 대해 성매매방지법의 추진을 강조해온 여성단체와 여성부는 언론이 업주들의 성매매방지법 반대 시위를 일방적으로 보도하면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성매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아 '시위'의 이면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부 권익증진국 정봉협 국장은 "기자들이 포주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싣는 등 보도의 균형감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강제에 의해 집회에 동원된 것을 자발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업주들은 여성들을 앞세워 정부의 대책과 단속을 비판하면서 김을 빼거나 훼방을 놓고 있는데도 언론은 이 현상만을 전달하는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이 사용하는 '생존권'이라는 단어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매매여성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는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피해여성들을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던 불법 성매매 업주들이 자신과 피해자들의 생계를 운운하며 사회적 약자인양 생존권을 주장하는 것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행태는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ildaro.com)도 지난달 27일 <언론, 성매매 업주 편드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무 논평도 없이 성매매업주들의 보도한 언론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폭력과 선불금 등을 이용해 여성들을 도구화시켜 이득을 취해 온 업주들이 '생계 곤란자'거나 '피해자', '사회적 약자'처럼 보일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언론이 비정상적 상거래를 걱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언론들은 또 업주들의 입장과 함께 <성매매단속 1주일..업소주변 상권에 '찬바람'> (연합뉴스9월 30일) <윤락업소 주변 상인들 대책 촉구> (YTN 9월 30일자 보도) 등의 기사에서 성매매지역 상인들의 민심을 전하며 단속에 대한 반대여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심지어 "성매매처벌법 시행후 제주지역 관광업계와 유흥 업계가 흔들거리고 있다"(성매매처벌법 시행후 제주 관광업계 '흔들', 연합뉴스 10월1일자)는 보도를 통해 성매매방지법으로 이른바 '기생관광'이 줄어들게 돼 관광업계가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탈성매매여성의 자활공동체인 '자립지지센터' 김미령 소장은 "성매매지역의 상행위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속여서 물건을 파는 비정상적인 지하경제인데, 언론이 이를 걱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성매매 지역 상인들이 민생을 이야기하며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하거나 단속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경찰이 절도범을 단속하겠다고 하니까 장물아비들이 단속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니 대책을 세워놓고 하라는 것과 같다"며 상인들의 요구를 비난했다.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도 "주변상권이 얼어붙는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성산업이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범죄'라고 보도하던 언론이 '경제' 운운하며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김빼기"

언론은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집창촌의 영업이 중단되자, <인터넷·모바일로 '성(性)매매 대이동'>(문화일보 10월 1일자) <대학기숙사서도 성매매>(동아일보 10월 2일자) <성매매'…주택가로 파고든다…경찰, 출장 알선 등 적발> (한국경제 10월 2일자)등의 제목으로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확장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성매매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언론은 청소년 성매매를 중심으로 성매매가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보도했고, 유모씨 연쇄살인사건보도를 비롯해 주택가 등에서 출장형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수차례 보도했다.

권김현영 국민대 강사(여성학)는 "'장소 안가리는 성매매' 이런 식으로 성매매방지법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미 다양한 방식의 성매매가 존재해왔다"며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성매매가 확장되고 음성화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뿐더러 성매매방지법에 물을 타기 위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권김현영씨는 "'언제나 그곳에 가면 쉽게 성을 살 수 있었던' 집창촌과 여러 단계를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나 비성매매지역의 성매매는 다른 것"이라며 "성매매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하는 만큼 접근도가 떨어져 어느 정도의 방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성매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을 촉구해온 여성단체와 여성부 등은 언론이 상담·교육·재취업 등의 탈성매매 이후 자립과정 등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언론이 성매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춰야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미국의 성매매방지 재발방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언론이 대안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세이즈'라는 단체에서는 과거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이 직접 나와 성매매과정에서 겪었던 인권유린의 경험을 말하면서 남성들을 교육시키고 있다"며 "성매매여성의 자활 교육 프로그램과 성매매 남성에 대한 재발방지 프로그램 등이 완벽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줘야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여성위원회 소속인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도 "법을 통해 성매매를 막는 것만큼 여성들이 상담과 재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가는 이를 책임져야하고, 언론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감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여성부 권익증진국 정봉협 국장은 "탈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법률 건강 의료 직업재활 창업자금지원 등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2004년도 34억의 기금과 2005년도 60억원의 기금을 확보하는 등 여성들을 위한 대안 마련하고 있다"며 소개가 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언론이 균형감있고 생산적인 보도를 해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정 국장은 "성매매와 성산업의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기자들이 남성적 시각, 기자의 시각으로 단순히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단순히 사고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사고 이면의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취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도 "성매매 문제는 오랫동안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손 대본 적 없는 문제이고, 성매매에 관계됐던 사람들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오지 못했던 만큼 일시적인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언론이 이런 반대여론을 잘 설득해내고, 성매매가 범죄라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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