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성매매에 대한 이해없이 성매매방지법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공동체인 '자립지지공동체'의 김미령 소장은 언론보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언론이 성매매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성매매방지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언론이 여성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성매매지역의 시위 등을 여과없이 보도하면서 포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소장은 "성매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 언론이 해야할 일"이라며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다음은 김미령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9월23일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매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단편적으로 일관성 없이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포주들의 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포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가 탈출여성이 나오니까 그 여성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고, 다시 한 여성이 자살을 하니까 다시 포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또 포주의 말들을 여과 없이 인용하며 성매매방지법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식으로 보도한다. 취재 나온 현장을 보면 갑갑하다. 한 예로 취재를 온 한 카메라맨이 '나도 몇 번 와봤는데, 이거 진짜 불법이냐'고 말하더라. 윤락행위방지법 시절에도 성매매가 불법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왜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런 시각을 가진 기자들이 어떤 식으로 앵글을 잡겠냐. 언론이 여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언론이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데.

"몇몇 기자들이 시행 첫날부터 실효성이 있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미아리에 있는 800여명의 여성들이 하루 밤에 4, 5번씩이나 몸과 마음을 유린을 당해왔는데 그것이 멈춰졌다. 그것 이상의 실효성이 어디 있겠냐'라고 답해줬다."

-성매매를 필요악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번에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법의 정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성매매를 필요악이라고 말하지만 모순된 표현이다. 필요한 사람은 기쁘고 즐거울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악을 경험하고 상처를 입는다. 누가 필요로 하는 것인지, 이로 인해 누가 피해를 보는지 따져야한다."

-성매매방지법과 단속으로 인해 성매매지역 주변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말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여성들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로, 성매매 여성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속여서 물건을 판다. 대부분이 정상적인 상거래가 아닌 지하경제이다. 그들이 민생을 이야기하며 대책을 세우거나 단속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경찰이 절도범을 단속하겠다고 하니까 장물아비들이 단속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니 대책을 세워놓고 하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를 그들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성매매단속 반발 자살' 등의 제목으로 2일 있었던 한 성매매 여성의 자살이 주요하게 보도되고 있다.

"포주들은 여성들에게 빚(선불금)을 갚으라고 압박하면서 그들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단속으로 장사를 할 수 없으니 빚을 갚으라고 압력을 가하고, 이 압박을 견디다 못해 여성들이 돌출행동을 하는 것이다. 전후 맥락은 빠진 채 보도가 된 것이다. 끔찍하게도 성매매여성들에게 자해는 일상적인 표현의 방식이다. 단속 전에 수많은 여성들이 이 삶을 견디다못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했다. 그러나 그때 언론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고 침묵했다."

-일부에선 업주들이 언론플레이를 잘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그들의 입장을 알아서 잘 보도하고 있다. 그들이 시위를 하면 기자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몰려다니면서 그들의 말을 생중계하고 있다.  포주들은 공문을 보내 시위하러 나오라고 강요하고, 그들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한다. 성매매지역에서 포주의 말은 법이기 때문이다. 포주가 위협하지 않고서 여성들이 나올 리 없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그런 상황을 읽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길 바라나.

"성매매라는 오랜 악습을 고치기 어렵다. 또 이런 시도가 여지껏 한번도 없었다. 성매매가 사라지려면 사회적으로 '성매매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하고 이런 면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은 시작부터 안될 거라고 찬물을 끼얹고 있다. 만일 법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개정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적으로 안 된다는 것은 문제다. 언론은 법이 잘 지켜지도록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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