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시절 KBS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 특보가 KBS 호남 출신 인사에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는 주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7년 10월13일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출석한 이 특보를 겨냥해 “이동관 전 홍보수석에게 KBS 인사 개입에 대한 부분을 여쭈고 싶었는데 안 나오셨다”면서 “2009년 11월 취임한 김인규 KBS 사장이 취임 직후 호남 출신 비서실장을 임명했는데, 이동관 전 수석이 전화해서 ‘왜 호남 출신으로 임명했느냐’고 아주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부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 2009년 12월 당시 김인규 KBS 사장(오른쪽)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사진=미디어오늘
▲ 2009년 12월 당시 김인규 KBS 사장(오른쪽)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사진=미디어오늘

이어 추 의원은 “이것이 과연 MB 생각인지 아니면 본인 성향인지 이 자리에서 확인하고 싶었다”며 “공영방송 인사에 있어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주 노골적으로 안 된다는 기준을 정한 걸 보면 MB 정권이 공공 영역과 공무원 조직 인사에서 특정 지역 출신을 얼마나 홀대했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은 1973년 KBS 공채 1기인 ‘원로 언론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특보 이력에도 2009년 11월 KBS 사장에 취임했다. 김 전 사장이 임명한 사장 비서실장은 백운기 KBS 기자였다. 백운기 기자는 광주 출신으로 조선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KBS 공채 12기 기자로 입사했다.

▲ 2017년 10월13일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국회회의록.
▲ 2017년 10월13일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국회회의록.

추 전 의원 발언은 김 전 사장이 백 기자를 KBS 사장 비서실장에 임명하자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호남 인사를 왜 뽑았느냐”고 따졌고, 이에 김 전 사장이 “이런 것(KBS 인사) 갖고 또 이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취지로 화를 냈다는 이야기였다. 추 전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방통위 및 KBS 내부자 증언을 바탕으로 발언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백 기자는 KBS 퇴직 후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 kbc광주방송 ‘백운기의 시사1번지’ 마지막 방송에선 “갑자기 그만두게 된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실 텐데 여러분이 짐작하는 이유가 맞을 거라고만 말씀드리겠다”며 외압으로 인한 하차를 시사한 바 있다. 백 기자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논평을 곧잘 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다. 국민 60%는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비판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 백운기 앵커가 지난 4월28일 kbc광주방송 ‘백운기의 시사1번지’ 마지막 방송에서 하차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bc광주방송 영상 갈무리.
▲ 백운기 앵커가 지난 4월28일 kbc광주방송 ‘백운기의 시사1번지’ 마지막 방송에서 하차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bc광주방송 영상 갈무리.

백 기자는 27일 통화에서 ‘이 특보가 KBS 사장 비서실장 임명에 반발했다’는 주장에 “내가 김인규 사장 첫 비서실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동관씨가 김인규 사장에게 내 인사를 따졌는지는 내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 당시 MB 정권에서 KBS 호남 출신 인사를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이 특보가 백운기 비서실장 임명에 항의했는지 여부에 “무려 14년 전 이야기다. 명확하게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 지시로 2010년 6월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에도 백 기자에 관한 내용이 있다. “김인규 사장 신임 받아 잘 나가는 백운기 비서실장 이준용, 최철호 등 5인방 특별관리”라는 대목이다. MB 청와대와 국정원이 KBS 내 개혁·진보 인사뿐 아니라 ‘친MB’로 분류되는 김 전 사장의 측근들도 경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미디어오늘은 28일 추 전 의원의 과거 국회 발언에 관한 이 특보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한편, 김 전 사장은 MB 청와대와 국정원의 KBS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28일 통화에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KBS 인사는 사장이 책임을 지고 하는 것이다. 내가 사장 재임한 기간 동안 인사에 대한 외부 간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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