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日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줄곧 비판적이었던 주요 보수신문 사설 논조에 ‘균열’이 보인다. 조선일보가 오염수 비판을 ‘괴담’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일본 측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文정부 시절인 2021년 4월12일 日정부가 2년 뒤 오염수 125만 톤 방류를 결정하자 동아일보는 다음날(13일) 사설에서 “주변국과 협의나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하며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로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만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ALPS로 처리해도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트리튬(삼중수소)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14일 “오염수 방류가 7개월 후 제주도 근해에, 18개월 후 동해 대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외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며 “비용 요인을 고려해 더 안전한 방법을 배제하고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이라면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같은 날 “후쿠시마 오염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물질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조사돼왔다. 일본은 이것 역시 정화해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인접국의 불안을 털어낼 수 있는 투명한 모니터링 절차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전 부지 내에 더 이상 오염수 보관 장소가 없다면 주민들 동의를 구해 부지 밖에 보관하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이기 때문에 30년 정도만 더 보관하면 80% 이상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 당시 주요 보수신문 대부분이 일본 정부를 비판하며 한국 정부의 치밀한 대응을 촉구했다. 

▲2021년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조중동 사설 제목.
▲2021년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조중동 사설 제목.

그런데 2년이 흘러 尹정부에서 조선일보 논조는 사뭇 달라졌다. 지난 4월6일 사설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지금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면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후 우리 근해에 본격적으로 온다. 당연히 희석돼 우리 해역의 삼중수소는 약 10만분의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수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사실상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용어도 2년 사이 ‘오염수’에서 ‘오염 처리수’로 달라졌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문제가 많다면 해류 이동에 따라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이를 문제 삼는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이슈가 된 지난 5월8일 동아일보는 “일본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 사고 지점에서 수천km 떨어진 프랑스산 버섯까지 수입을 불허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 정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시찰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적 조사에 그쳐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5월11일 “한국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는 정부와 일본에 있다. 일본에 관대하고, 국내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면죄부성 시찰은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조중동 사설 제목.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조중동 사설 제목. 

조선일보 입장은 동아‧중앙과 미묘하게 엇갈렸다. 이 신문은 5월8일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만큼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로 다뤄야 한다. 방사능은 어느 국민이라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라고 짚으면서도 “우리 원전 단지 4곳에서 매년 바다로 방류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방류 예정 삼중수소량의 10배쯤 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해안 지대 원전에서 서해로 배출하는 양도 후쿠시마 방류 예정량의 10배쯤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쳐두고 후쿠시마 방류수에 시비 건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엔 “원전 방류수가 문제라면 일본보다 중국 쪽에 먼저 철저한 정화 처리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 처리수’ 용어가 이번엔 ‘원전 방류수’로 바뀌었다. 

조선일보의 삼중수소 비교 관점은 2년 전 아소 다로 日부총리가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량을 가리켜 “중국이나 한국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것 이하”라고 주장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와 관련해 MBC는 2년 전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삼중수소가 주목받는 것은 일본 입장에선 원하는 방향일 수 있다”면서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라고 주장을 하려면, 그 근거는 ‘오염수에 방사성물질이 없다’여야 하지, ‘삼중수소가 적기 때문’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는 원전 냉각수에 있는 방사성물질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조선일보의 ‘한중일’ 삼중수소 비교 프레임도 따져봐야 한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26일 통화에서 “원전은 사고가 없어도 삼중수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탈핵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삼중수소 배출량으로 (문제를) 따지려면 같은 조건이 필요한데 후쿠시마 오염수와 사고 없이 배출된 오염수는 독성이나 방사성물질 종류가 다르다. (日오염수는)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물질이 많이 있다. 같은 오염수가 아니다”라며 “조선일보 주장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상 가동’ 원전과 ‘핵연료봉까지 녹아버린’ 사고 원전의 방류수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5월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5월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G7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년 가까이 원전 문제를 다뤄온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내 원전도 삼중수소 배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원안위가 (日오염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한 뒤 “ALPS가 오염수를 대량 처리할 경우엔 제대로 방사성물질을 여과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일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에 오염수가 별 저항 없이 방류에 성공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대규모의 방사능 오염수가 수십 년간 유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희석된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어류는 해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데 집중하며 오염수를 문제를 정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7일엔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고 수산물 소비량이 떨어지는 이유는 민주당과 일부 TV방송이 줄기차게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괴담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광우병 때도 경험했지만, 아무리 분명한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도 그것을 뒤틀어 정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당과 TV 방송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일 <전문가들에게 “돌팔이”라는 이 대표, 누가 진짜 ‘돌팔이’인가>, 22일 <李대표는 “돌팔이”라 불렀던 전문가들과 공개토론 해보길>, 23일 <괴담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 양심의 문제 아닌가>란 제목의 사설을 연달아 내보내며 민주당을 비판‧비난했다. 27일엔 “황당 괴담에 불과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한반도 유입 문제도 (민주당이) 국민 불안감을 자극해 내년 총선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정쟁이 될 수 없다. 美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30일 “호주와 마셜제도를 포함한 태평양 12개 국가를 대표하는 단체는 도쿄에 폐수 방출 연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 7일 사설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로 인해 자국 어민들에게 발생하는 전방위적 피해에 대비해 ‘800억엔(7500억원)+α’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으며 13일 사설에선 “알프스로 불리는 방사성 오염수 처리 시설로 처리한 오염수 70%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성물질이 남은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국민 불안이 증폭된다면 그것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을 향해 “모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횟집 회식’을 계속하기 바란다”고 했으나, 현 오염수 국면에서 언론의 역할은 ‘먹방 이벤트’ 주문 그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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