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취재·보도 업무 경력이 있는 홍보실장을 공개 채용하면서 ‘언론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33개 매체 이름을 채용 공고에 나열해 논란이다. 언론사를 차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폐공사 측은 지난해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등을 참고해 언론사를 선별했다는 입장이다. 

조폐공사는 지난 21일 개방형 계약직으로 홍보실장과 정보보안팀장 채용 공고를 시작했다. 채용 공고를 보면 홍보실장의 경우 학력과 전공에 제한은 없지만, ‘지원 직무와 관련한 근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했다.

공사는 홍보실장 인정 경력에 대해 “언론기관, 정부, 공공·민간 기업 등에서 언론보도, 홍보, 광고,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래에 해당하는 주요 언론기관에서 취재·집필·보도 업무에 종사한 경력”을 언론 경력으로 인정하겠다며 언론사 이름을 나열했다.  

방송의 경우 ‘중앙지상파’ KBS, MBC, SBS, EBS 등 4곳, ‘종편과 보도채널’로 JTBC, TV조선, 채널A, MBN, 연합뉴스TV, YTN 6곳을 언급했다. 신문의 경우 ‘전국종합일간’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2곳, ‘경제일간’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e대한경제,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 등 9곳을 제시했다. 뉴스통신사로는 뉴시스와 연합뉴스 등 2곳을 거론했다. 

▲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장 채용공고문 일부
▲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장 채용공고문 일부

조폐공사는 공고문에 “2022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2022 신문산업 실태조사 및 2022 한국언론연감 분류체계 및 기준 참고”라고 덧붙였다. 

조폐공사는 대전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이다. 홍보실장 직무는 ‘대내외 홍보업무 총괄’로 직급은 ‘2급 상당’이다. 근무지는 대전 유성구 본사, 임용 시기는 오는 8월 초이고,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언론계에선 공사가 밝힌 경력 인정 기준이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지의 한 기자는 “언론사를 메이저와 아닌 곳으로 급을 나눠놓은 것 같다.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 지역지 기자는 대전 소재의 조폐공사가 서울에 본사를 둔, 소위 중앙 언론 경력만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공사에서 이렇게 (차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폐공사 측은 모든 언론사를 나열할 순 없어 일정 규모 이상의 언론사를 선별했다는 입장이다. 조폐공사 인사처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차별이란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모든 언론사나 언론 관련 기관을 나열할 수 없다보니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는데 주관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외부에 이미 공개된 기준(2022 방송산업 실태조사 등)을 참고해 작성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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