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중견언론인 모임의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있어 우리 정부와 여당이 일본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중견 언론인의 비판에 천만의 말씀이라며 반박하는 등 설전을 벌였다.

이밖에도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냐는 표현에 김 대표는 오래전부터 있던 얘기를 국민의힘 대표 때에만 적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내년 총선 때 검사 출신을 공천하려는 대통령실 외풍을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편집인 토론’에서 언론사 편집인, 보도본부장, 논설위원실장 등 중견급 언론인들과 날선 논쟁을 벌였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불안해하는 것은 야당의 괴담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불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우리 정부와 여당이 대신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일본이 인접국에 대한 배려가 굉장히 부족한데, 우리 정부와 여당이 우리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바탕으로 깔고 일본 정부에 더 강력하게 요구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우리 정부를 더 믿었을 것 같은데, 현재까지는 그러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 실장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일본 정부에 요구하거나 조치를 취한 게 있느냐”고 질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편집인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편집인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이에 김기현 대표는 “질문의 전제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지금 정부도 그렇고 우리 당도 그렇고 가지고 있는 스탠스는 문재인 정부에 가졌던 스탠스와 똑 같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 ‘IAEA 기준에 적합해야’ 하고, ‘우리도 검증에 참여해야’ 하며 ‘정보 제공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현 정부도 요구하고 있고, 그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때와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데, 그때 정부는 잘한다고 하고 지금 정부는 잘못한다고 얘기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의해 한국원자력학회에서 반대하는 사람들과 공개토론하자고 하지 않느냐. 공개토론 해주면 좋겠다”며 “정치권 싹 빠지고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해서 그분들 토론을 통해 누가 맞는 말인지 판단하시도록 하는 게 옳다. 위험한지 여부를 왜 정치권이 판단하느냐 과학이 판단해야지”라고 답했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도 과학적이지 않고, 이념과잉, 정치과잉의 결과라고 치부했다. 김 대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서 국내가 충분히 참여하고 정보 제공 받고 검증하고 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의 판단(하는 것이) 우리나라만 특별히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그게 국제적인 기준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지, 일본정부를 대변한다? 천만의 말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우리가 왜 일본정부를 대변하느냐”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정부도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취했던 그 방침을 이어받아서 취하고 있고, 첫 번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고, 두 번째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 앞으로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며, 세 번째 철저하게 더 검증하고 국민들의 밥상에 위험한 수산물이 올라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문가 시찰단이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전 세계가 같이 검사하고 있다…그런 기준에 맞춰 이 문제에 대응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대통령 관계를 두고 권태호 실장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현재 국민의힘 관계가 상하관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국민의힘을 두고 여의도 출장소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평가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 여의도 출장소는 수십년 정치역사에서 계속해서 관통해온 용어이고, 어느 당이 여당이 되든 늘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며 “비단 국민의힘에 대해서만 적용할 것처럼 그런 전혀 과거와 다른 모습(비판)을 갖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회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과는 또 별다른 지위에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며 “민심을 잘 수렴해 전달 하고 대통령과 행정부 사이에서 녹여내는 것은 여당이 해야할 숙명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과 정책이나 정무적 판단에서 의견 일치하지 않아 의견 다툼을 벌인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김 대표는 “제가 당 대표 된 후 당정대 사이에 정책의 부조화 혹은 불일치, 그것으로 인해 불협화음 있었던 적 없다고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 대표가 된 직후 노동시간, 근로시간 탄력근무제 69시간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당 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논의됐던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그 문제를 두고 “‘국민에 설명하는 방식이 미흡했다’, ‘탄력근로제는 이 결과를 잘 설명드릴 수 있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좀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 아쉬움과 후회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 대표가 되기 전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총선 검사 공천설과 관련해 “용산 뜻이 당에 전달되지 않겠느냐”, “검사 공천 얘기가 이런 의미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화롭게 정리할 거냐”는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의 질의도 나왔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용산의 뜻이 뭐냐는데,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며 “검사 공천할 생각 추호도 없다. 용산의 뜻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총선 이겨야 하는데, 뭐든 해야지”라고 답했다.

이어 이종락 서울신문 편집인이 “가장 큰 것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외풍인데, 이를 막아낼 수 있는지, 구체 방안이 뭔가”라며 “못 막았을 때는 경선 불복이나 무소속 출마, 탈당이 일어날 수 있는데, 불협화음 없이 해결할 복안이 뭐냐”고 질의했다. 김 대표는 “많은 분들이 용산에서 오더가 내려가 낙점하고, 낙하산 검사가 박힐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안될 것이고,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이뤄져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실징이 지난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토론회에서 김 대표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여당이 일본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질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권태호 한겨레 논설실징이 지난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토론회에서 김 대표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여당이 일본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질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민주당의 온갖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심지어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에는 자신도 이해가 안 된다며 여론조사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광덕 서울경제 부사장 겸 논설실장은 “김남국 코인 의혹과 돈봉투 의혹, 이재명 사법리스크, 혁신위원장 낙마 등 민주당의 악재가 계속되는데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밀리는 경우 많다”며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가 여당, 대통령실 정부 중에 주로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민들이 우리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갖고 있지 않고, 충분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해야될 숙제가 많다”면서도 여론조사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는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민주당 내부에서 각종 부정부패 비리 의혹들 내부 갈등이 불거지는데도 그 직후 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더라”며 “그게 납득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지지율이) 1%라도 떨어져야 할텐데 되레 2~3%가 오르더라. 이게 상식에 부합할까”라며 “(여론)시장에서 국민들 민심에서 녹여질 수 있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른다. 여론조사 신빙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김 대표는 “저희 지지율이 급하게 반등되지 않는 이유는 진영이라고 하는 것이 딱 쪼개져 있”어서라며 “팬덤 현상이 고착화돼 국론이 양분됐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더 이상 이러 팬덤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흔히 개딸이라고 불리는 분들과 관계를 정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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