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은경 위원장이 20일 민주당을 전면 쇄신하겠다면서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윤리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명 하루도 안돼 사퇴 사태를 겪었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 인선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첫 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칭)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위원으로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활동), 윤형중 위원(전 한겨레 기자),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이해식 민주당 의원, 이선호 울산광역시당 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위원장은 추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더 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 실책으로 경제 외교 교육 복지 민생에 이르기까지 혼란이 발생하고 저출산, 남북의 적대적 대립, 기후위기에도 이에 대응할 정치의 역할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데도 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라며 “변화와 반성은 없고, 기득권과 내로남불 상징이 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가중되고, 정치혐오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이토록 무능한데도 국민은 민주당 대안으로 생각지 않고 있다”며 “정치를 바로세우려면 민주당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고난의 길인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직 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국회 본관 당대표회의실에서 혁신기구 1차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국회 본관 당대표회의실에서 혁신기구 1차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혁신위 활동 방향과 관련, 김 위원장은 “국소 수술이 아니라 전면적 혁신을 해나가겠다”며 “문제점을 진단하고 근본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시급한 문제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코인투자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자신을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며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계파의 이익, 일부 강성 당원의 요구,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에 대해서 한치의 관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책임 있는 정당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의 수장으로 엄중히 경고한다”며 “이 시간 이후로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대해서는 일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혁신위의 첫 의제로 돈봉투 사건을 진상조사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혁신위가 있게 한 원인 사건이 돈봉투 사건 코인문제인데, 돈봉투 사건은 약간 조직의 문제이고, 코인은 개인의 일탈문제로 보인다”며 “코인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따라잡는게 쉽지 않아 더 논의한 다음에 다루기로 했고, 우선적으로 돈봉투 문제의 진상조사와 발생원인”을 확인해본 뒤 쇄신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돈 봉투와 유사사건 존재 여부, 매뉴얼이 있었다면 그대로 했는지 등을 확인해보고, 이를 첫 의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최대 우선 사안이 돈 봉투 사건이냐는 천지일보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민주당이 역량이 부족하고 유능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그건 다른 문제고, 일단 이 사건으로 인해 이런 일이 거명됐으니 이것부터 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이것만 천착한다는 것이 아니고 열려있다. 국민들의 바라는 건이 있다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제로 다루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돈봉투 사건을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그 취지로 말했는데, 오늘은 또 돈봉투 사건을 민주당의 신뢰를 잃은 사건이라고 달라진 분석을 한 데 대한 설명을 해달라’는 MBC 기자의 질의에 김 위원장은 “(당시 언론보도는) 사적으로 운전하고 가다가 전화를 받고 사적인 얘기한 거였지만 지금은 공당의 혁신위원당으로서 드린 말씀”이라며 “사실 돈 봉투 사건을 알고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이 확인이 되었다”고 밝혔다.

‘당내 분열,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의 동력을 조장하는 모든 언행에 대해 일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그런 행위가 뭘 말하는지,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묻는 이데일리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형사처벌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언행과 관련된 것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 화합으로 가야 이긴다”고 답했다. 그는 “품격있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혁신위를 흔드는 말씀을 하면 그에 대한 형사처벌하면 아니지만,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분열을 보고 있는거냐’, ‘경고 대상이 국회의원, 당원 모두 포함되는 거냐’, ‘징계나, 제명이나 출당도 염두에 두는 거냐’는 연합뉴스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큰 프레임에서 분열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했고, 출당하라 뭐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저희가 더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신뢰를 잃은 사례로 돈봉투 코인 외에도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정당 활용’, ‘팬덤정치 방치’, ‘포괄적인 당 대표 리더십 부재’ 등 이재명 체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소위 사법리스크라는 부분은 사법 판단 분야로 넘어갔다”며 “그래서 그 문제를 관리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제도적 쇄신 과제, 혁신과제와는 무관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어 그런 이유로 평론가들이 김 위원장의 혁신위 활동을 두고 ‘이재명 사퇴 요구나 거취에 대한 요구를 피하기 위해 (꼼수로서) 혁신위를 발족해서 활동하게 한 것 아니냐’(장성철 공감과논쟁센터 소장)는 해석도 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빚진 게 없고, 친명 비명 친문 비문도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 혁신의 주체인 동시에 대상”이라며 “결국은 특정 정치그룹을 향해 제가 목소리를 내거나 의사표현을 낸가거나 혁신안을 낼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아프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성된 혁신위원 가운데, 과거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과 지지선언 했던 인사도 있다는 전자신문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살펴보니 두분 정도 확인됐다”고 시인했다. 김 위원장은 “당연히 계파는 없는 분이고, 당 관계자도 아니고, 특정인사는 팬데믹 시기였기 때문에 위기대응을 어떻게 할지를 (조언 한 것)”이라며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한 명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정책 실행파트에서 했던 건데, 필요하면 정책 부분을 줄 수 있으면 준 것이어서 특별히 여기만 준 것은 아닌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현역의원의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발언 관련해 ‘지금 당에는 공천룰이 확정된 상태인데, 이것을 혁신위가 건드릴 수 있느냐’는 한국일보 기자 질의에 김 위원장은 “공천룰을 향해 뭘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개혁과 혁신에 필요하다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라며 “국민들이 원한다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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