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5가지를 포기한 ‘5포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방송통신위원장에 언론장악 기술자를 지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정권 1년을 질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발언 과정에서 민주당 쪽에서는 박수가, 국민의힘 쪽에서는 일부 고성과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며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 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자리는 권력자가 차지했고, 정치는 통치와 지배로 대체됐다”며 “부모처럼 포근하고 든든해야 할 국가는 채찍 든 감독관처럼, 국민을 ‘각자도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윤석열 정권은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다”며 “한마디로 5포 정권, 국민포기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정치를 포기한 점을 들어 이 대표는 지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윤석열 정부가 불참하고, 윤 대통령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불참에 이어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도 외면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대통령은 야당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질식해 위험에 빠졌다”며 “헌법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은 ‘우리’ 대통령을 지킨다며, 국민을 향해 쉼 없이 칼을 휘두른다”고 표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5포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5포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 대표는 검경의 구둣발은 제1 야당 당사와 국회 사무처, 언론기관도 가리지 않는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난이 결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양회동씨가 삶을 등진 지 49일째 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 자신을 공갈협박범으로 몬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구속심사 직전에 자신의 생명을 던졌지만 정부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말하는 ‘우리 국민’에는 정부와 생각이 다른 노조, 시민단체, 국민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언론정책도 질타했다. 이 대표는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감사원이 1년 내내 감사하고, 망신을 준 것도 모자라, 임기 두 달도 안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굳이 해임했다. 그 자리에 MB정권의 검증된 ‘언론탄압 선봉장’이자, ‘언론장악 기술자’를 앉히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드라마 ‘더 글로리’에 버금가는 학폭 사건이지만, 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선 문제가 안 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마치 오늘만 사는 것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며 “삼권분립은 무너지고 입법, 사법, 행정 간의 견제와 균형은 교과서에나 있는 말이 되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도 질타가 이어졌다. 이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한 사례로 든 이 대표는 지난 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시설 시운전을 시작하자 우리 어민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사형선고’라며 반대하고, 대책을 촉구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괴담’ 치부하며 사법조치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외에도 고체화하는 등의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류를 고집한다는 점에 주목해 우리 정부가 실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피해국들처럼 반대의사를 명백히 발표해야한다”며 “피해국들과 연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고 방류금지 임시조치도 요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비용이 문제라면,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보관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당하지만 그것이 천문학적인 방류피해를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와 비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와 비판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밖에 민주당의 대책을 두고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편성 추진 △전세사기 대책 시급히 보완 등을 들었다. 그는 미래 준비를 위해 민주당이 △재생에너지 확대 등 미래산업기반 구축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총력 △주4일제 추진 등 노동시간 단축으로 혁신성장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사태 등 부패, 내로남불, 위선적인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 자신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자기 반성의 언급을 했다. 이 대표는 “정권의 무도한 실정 앞에서도 선뜻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프게 자성한다”며 “1년 만에 국민이 정권을 포기했지만, 민주당이 그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기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했다. 이 대표는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고,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기본 책무 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께서 ‘민주당이 달라졌다’, 이렇게 느낄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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