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올해 사업 손실이 72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인 경기불황 속 지상파 TV광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수신료 분리징수 여파가 겹치는 등 KBS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S 이사회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2023년 1/4분기 재정 집행 실적 및 전망’에 대한 KBS 경영진의 보고를 받았다.

김의철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마케팅 및 집행 축소 흐름과 함께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사는 프로그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공사의 1분기 실적은 당기손실 425억 원, 사업손실 425억 원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광고 수입을 비롯해서 추가 수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프로그램 경쟁력을 유지하고 공영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에 따르면 KBS의 올해 1분기 총수입은 목표 대비 290억 원 미달했고 전년보다 387억 원 감소했다. 광고 수입이 목표 대비 230억 원 미달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수입은 전년보다 3억 원 늘었지만 목표치 대비 11억 원 못 미쳤다. 콘텐츠 판매 수입은 8억 원을 초과했는데 인식 시점에 따른 일시적 초과달성일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은 “광고 수입은 작년보다 283억 원이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광고 시장이 전년도 3075억 원에서 올 1분기 1895억 원으로 38.4%나 감소했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광고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KBS는 1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당기손실 501억 원, 사업손실 727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목표액 대비 총수입은 1035억 원, 사업수입은 1021억 원, 광고수입은 718억 원, 수신료 수입은 25억 원가량 미달할 거라는 전망이다. 재무위험관리시스템에 따른 현 KBS 재무위험단계는 ‘심각’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KBS는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재정안정화 전략회의를 실시해 일반 사업경비와 제작비 등 긴축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이어 본부장급 이상 집행부(경영진)는 하반기 임금 10%를 반납하는 한편 직원 등 연차휴가 촉진 제도 관련해 노동조합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들은 KBS 이사들은 경영진이 밝힌 방안 이상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상요 이사는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입 감소에 대해 대책이 적당하지 않다”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찬태 이사는 “바다 건너 BBC(영국 공영방송)도 적자 6000억 원 예상을 하고 있더라. 대책을 내놨는데 뾰족한 수가 단기적으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 뒤 “머리 아프다고 진통제 한 알씩 먹어서 될 상황인가. (적자가) 구조적이고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최 실장은 “회사가 모든 걸 끌어안고 지금처럼 운영하면서 뭔가를 줄여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결국 KBS가 우리 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할 부분 중 효과적이지 않은 부분이 무엇인지 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시작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대외방송(외국 대상 홍보 방송) 지원액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정부 공익광고, 캠페인이나 지역 및 지방자치단체 협찬 관련해선 지역과 본사가 같이 마케팅에 나서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종민 이사의 경우 “작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상반기 실적을 보고 김의철 사장과 저와 동반퇴진을 하자고 절박한 마음으로 말씀 드렸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다”며 “이런 참담한 경영지표를 보고 논의하는 이사회 자리가 너무 한가롭고 평화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이사를 비롯한 여권(소수) 이사 4명은 이사회 다음날인 8일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응하려면 김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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