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임명한지 10시간도 안돼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인선 사태 후폭풍이 크다.

‘인사 참사’, ‘인사검증 실패’라는 비판과 함께 책임을 지라는 당내 목소리에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라면서도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묻자 답변하지 않았다. 이래경 이사장 인선에 대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의 사과요구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발언했던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천안함 생존장병과 유족에게 유감표명을 했다. 천안함 자폭 등의 글을 썼던 이래경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폭’이라는 표현은 과잉표현이라고 해명했다. 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서 나오는 길에 기자들에게서 ‘깜깜이 인선이었다, 대표 사당화다 이런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 ‘대표 책임론도 나오고 있는데, 혹시 입장이 있느냐’, ‘차기 혁신위원장 언제 인선할 거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당 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권한을 가진 만큼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입니다만,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셔야 된다는 얘기냐’, ‘사과할 계획 있느냐’, ‘권칠승 수석 관련해 조치는 없느냐’, ‘방금 말한 책임을 어떤 식으로 지시겠다는 거냐’,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지겠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느냐’고 질의를 쏟아냈으나 이 대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오는 길에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오는 길에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와 함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관련해 권 의원은 “저는,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후 기자들이 수석대변인 사퇴설, 징계설 등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했으나 권 수석대변인도 아무 답변없이 의원회관으로 들어갔다.

천안함 자폭 등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써 논란을 낳은 이래경 이사장도 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매스콤에서 제게 씌운 마녀사냥식 프레임에 대하여 반론권을 행사한다”면서 ‘천안함 자폭’ 표현을 두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원인불명 사건이라는 것이 제 입장이다. 자폭이라고 적은 것은 전문가가 아닌 기업인 출신인 제가 순간적인 과잉표현한 것임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이 이사장은 “수정하자면 ‘원인불명인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폭침으로 단정한 미패권’이라고 적었어야 한다”며 “세계평화의 좌표 또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블링켄의 중국방문이 예정되고 미중 간의 대화와 타협 분위기가 형성되자, 매파와 네오콘이 이를 저지시키고자 마침 미국 상공에 날아든 중국의 비행기구를 스파이 행위로 단정하고 최정예 전투기를 투입하여 개당 수십 만 달러라는 미사일로 타격 추락시키면서 미국의 국내 여론을 다시 반중으로 몰아간 성격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의 미래가 신남방정책과 북방정책의 재개와 확대에 달려있다고 믿고 있으며,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천안함 사건이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라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오는 길에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오는 길에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이 이사장은 자신이 ‘미 정보기관의 한국대선 개입설’을 쓴 것에 대해서는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사례는 미패권이 한국정치의 배후에 깊숙히 개입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선 당시 항간에는 서울에만 천명단위 미국 휴민트가 활동하고 있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기도 한다. 저의 글은 상기 상황들을 환기시킨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확한 근거는 없이 풍문과 추측으로 본인 주장을 정당화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내부에서 거세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런 일이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장관한테 일어났다고 한다면 ‘인사 참사 났다’, ‘대통령 책임지라’, ‘당장 물러나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잣대를 우리한테 돌려서 재보면 한심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인사책임과 관련해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사태에 부적절한 대응을 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제거하려면 이재명 대표 스스로가 퇴진하는 것이 저는 맞다고 본다”며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이번에 드러났듯이 자기 쪽에 기운 사람(으로 구성)하면 그게 혁신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종민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천안함 자폭설 등 몇몇 발언 보다 친이재명 인사를, 아주 강력한 지지 의사를 갖고 있는 분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이라며 “현재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더 강화하는 길로 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아니냐는 점에서 심각하게 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사퇴설을 두고 “지금 이재명 대표가 정말 심각한 결단이나 판단을 해야 될 시점”이라며 “당장 이재명 대표의 사퇴가 아니더라도 이재명 체제의 문제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서 전권을 맡긴다면 길을 개척해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틀 전 자신이 최원일 전 천안함장에게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유감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틀 전 자신이 최원일 전 천안함장에게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유감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당 최고위원인 송갑석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 참사인 건 맞는 것 같다”며 “인사 참사 문제를 딛고 가능하면 이번 주 내로 빠르게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임명을 해서 출범 시키는 것이 그나마 파장을 최소화하고 애초에 생각한 혁신위를 빨리 가동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송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4일(일요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처음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을 제시한 것을 두고 “아무도 이래경이 누군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며 “아무리 보안을 신경쓴다 해도 (사전에) 더 풍부하게 이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더라면 이런 인사 참사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