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발사체 발사로 서울시가 시민들에 발송한 경계경보 문자가 큰 소동을 낳았다.

특히 대피 준비를 하라면서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하도록 하라는 표현에 시민들은 대피 장소가 어디냐, 어디로 가라는 거냐며 순간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대피소 정보를 찾을 길이 막혀 공포에 질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20여 분 만에 오발령이라고 바로잡았으나 이마저도 서울시는 정작 오발령이 아니라고 재반박하는 등 책임공방을 벌였다.

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41분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니다”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발령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7시3분 위급재난문자에서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반박했다.

다시 서울시는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다”며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린다. 시민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란다”고 밝혀 오발령을 시인하지도 않았다.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로 서울시가 31일 새벽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문자를 발송했다가 오발령이라는 지적을 받는 등 소동을 빚었다. 사진=조현호 기자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로 서울시가 31일 새벽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문자를 발송했다가 오발령이라는 지적을 받는 등 소동을 빚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사사실 통지했는데, 이 사실 알았는지 몰랐는지 경계 경보 오발령하는 무능한 일이 벌어졌다”며 “위기일수록 정부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기관끼리도 허둥지둥하고 손발이 맞지 않아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는 유엔 결의안 위반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우리 정부 위기관리 시스템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위기 증폭 시스템이 되어버린 국가의 시스템을 정말로 정비해야 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누리호가 발사돼도 이렇게 할 것이냐, 지금 장난하냐, 전쟁놀이 하느냐”며 “아침 잠을 설치게 한 오발령 문자를 보낸 서울시장은 공개 사과하고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공포 분위기 조성, 안보 불안 조성, 전쟁 마케팅으로 정권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냐”며 “제2 북풍조작으로 정권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얄팍한 꿈이 있다면 그 꿈 깨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도 “북한이 발사체 발사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지만, 그들이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하고, 낙하지점까지 예고했단다”며 “그런데 그것을 대한민국 윤석열 정권만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면서 정부대응의 무능함과 함께 남북간 대치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우주발사체가 남한 서해상에 떨어진 것을 두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우리 정부와 서울시 대응을 두고 “위기와 재난 상황에 대피 경보를 내고, 때에 따라서는 오발령이 날 수도 있지만, 이 과정과 이 이후 보여준 무책임한 당국의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아무런 상황 설명 없이 대피 경보를 내고, 행안부와 서울시의 오발령 책임 전가 기싸움 속에 서울시민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우왕좌왕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수석대변인은 이날 아침의 소동을 두고 “단 한 순간의 오판으로도 평화가 깨지고 전쟁이 즉발 될 수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실감했다”며 “강대강 대립 구도와 상호군사적 대응의 확대는 국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오늘 새벽 우주 발사체와 관련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들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경보발령을 전파받은 소방재난본부 민방위 경제 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며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경계경보 문자 발령 소동과 관련해 긴급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경계경보 문자 발령 소동과 관련해 긴급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오 시장은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 체계, 안내문구, 대피방법 등에 대해 더욱 다듬고 정부와 협조해서 더욱 발전시켜 나아가겠다”고 했다. 책임자를 질책할 거냐는 TBS 기자 질의에 오 시장은 “정확한 경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경위를 파악중에 있는데 다만 현재 판단은 이런 위기상황, 긴급상황에서 다소 과잉대응했다고 문책 얘기가 먼저 나온다면 앞으로 실무 공무원들을 상당히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행안부가 서울시 문자를 오발령으로 정의했고, 대통령실이 서울시를 비판한 점을 묻는 헤럴드경제 기자 질의에 오 시장은 “냉정을 되찾고 객관적인 상황을 정리해서 확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무엇이 객관적인 진실이냐, 어떤 경위에 의해서 사태가 절차가 진전이 됐느냐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은 잘못된 정보로 1000만 시민에게 대피할 준비를 하라며 공포를 조장한 구멍난 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행안부와 서울시 지자체 간에 소통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 안보 시스템에 놀랐고 경계경보의 허술함에 경악했으며 인터넷과 앱 등 대피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모두 막혀 공포에 질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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