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20년 이상 이어온 법률신문 단체구독을 5월31일자로 종료한다. 

이번 구독 해지는 양측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변회 입장에서 보면, 연 10억여 원의 법률신문 단체구독 관련 예산은 매년 감사 지적을 받는 고민거리였다. 반면 법률신문으로선 1~2년 단위로 구독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제공해야 했던 구독료 인하 등 할인 서비스는 자사 콘텐츠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단체구독 장점은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이면 개별구독(월 1만 원)의 반값으로 ‘한국법조인대관’ 온라인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법조인대관은 법조인 정보 데이터베이스 검색 서비스로 3만 5000여명의 법조계 인물 정보가 집약돼 있다. 개별적으로 법률신문 콘텐츠 패키지 서비스(월 1만원)를 구독하면 종이신문 배달, PC·모바일 지면보기(PDF), 월 50건의 법조인대관 열람이 제공된다. 

통상 계약 만료 3개월 전 서울변회가 해지 의사를 통보하면 양측이 재계약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는데 법률신문 측은 지난주 서울변회의 해지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서비스 개편을 알리는 법률신문 25일자 사고.
▲ 서비스 개편을 알리는 법률신문 25일자 사고.

30일 서울변회 설명에 따르면, 법률신문 구독료는 매해 감사 지적 대상이었다. 주로 감사를 통해 △지면 신문 수요가 크게 줄었고 파지 처리에 대한 서울변회 회원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돼 왔다는 점 △법률신문 단체구독은 개인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점 △법률신문이 제공하는 법조인 정보의 유출 우려가 크다는 점 △신문 구독을 강제하는 대신 회비 인하를 요청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 등이 지적돼 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변회는 회원들로부터 월 회비 3만5000원을 징수하는데 이 가운데 3만 원은 대한변협에 분담금으로 납부된다. 나머지 5000원으로 회원 복지 차원에서 법률신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이다.

서울변회의 법률신문 일괄 구독료는 2018년(2018년 6월~2019년 5월) 9억8000만 원에서 2020년 7억8000만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양측은 1년간 7억2800만 원에 합의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법률신문 단체구독 해지로 연간 7억2800만 원의 예산이 절감된다”며 “회원 복지 비용으로 책정된 항목의 대부분을 법률신문 구독료로 지급해 왔는데, 앞으로 회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할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률신문은 이참에 ‘콘텐츠 제값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수형 법률신문 사장은 지난 25일 서울변회 회원들에게 배포한 안내문에서 “최근 서울변회가 법률신문 단체구독을 올 5월31일자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불가피하게 법률신문 구독 방법을 개별 구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내달 1일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하고, 16면에서 24~32면 체제로 증면하겠다면서 “변호사님들께서 법률신문을 구독하면 종이신문, 인터넷 지면보기 서비스는 물론, 한국법조인대관 이용이 가능하며 모바일 앱으로도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30일 통화에서 “서울변회는 예산을 이유로 구독료를 계속 깎아왔다”며 “4~5년 전에는 연 9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변호사 회원수가 늘었는데도 구독료가 7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번에도 서울변회를 찾아 단체구독 계약을 연장하자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고심 끝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며 “단체구독이 독자들 선택권을 제한하는 면이 있고 무엇보다 콘텐츠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고 했다.

이 사장은 “법률신문의 주요 독자층은 법조계라는 고급 독자층”이라며 “그에 맞게 우리 콘텐츠 질을 제고하는 데 승부를 걸어야지 박리다매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직 판사, 검사, 변호사를 외부 필진으로 많이 모셨고 해외 변호사들을 주요 통신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독자는 리더(reader)이면서 그 자체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서울변회에 법률신문 구독 중단을 신청하고 월 회비 1개월 분을 면제 받는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그 경우 법률신문이 제공하는 한국법조인대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 때문에 구독 해지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변호사 일각에선 개인 정보를 담고 있는 법조인 검색 서비스를 법률신문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고 파는 게 온당하지 않다고도 지적한다. 서울변회의 한 관계자는 “법조 브로커가 한국법조인대관으로 자기 학력 정보를 보고 연락해온다며 문제를 제기한 회원도 있었고, 민간 기업이 법조인 신상 정보로 돈을 버는 게 합당한지 의문을 갖는 회원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이 사장은 “월 1만 원짜리 신문을 5000원에 팔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법조인대관으로 돈을 벌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법조인대관을 유지하는 일에만 3~4명이 붙어 관리하는데, 사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조인대관은 공공의 정보로서 이를 갖고 돈 벌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한편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는 공인인데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느냐”며 “법률신문은 오랫동안 공적 목적으로 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법조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정보를 찾아 업데이트하고 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법률신문을 구독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부가 서비스로서 공적 목적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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