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에 욱일기(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부산항에 입항해 파문이다. 우리 국방부가 자위함기라고 주장하는 이 깃발은 욱일기와 거의 동일하다.

강제징용 배상 제3자변제, 모호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관련 입장에 이어 이번엔 대한민국 해상에 욱일기를 펄럭이는 해상자위대 함정의 기동까지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이젠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을 감으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29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 기지에 입항했다. 국방부는 오는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확산방지구상(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출범 20주년 고위급회의 개최를 계기로 시행하는 ‘PSI 해양차단훈련(Eastern Endeavor 23)’을 주최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 자리에서 욱일기와 거의 유사한 자위함기를 달고 들어오는 것을 용인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해상 자위함이 자위함기 게양하고 부산항 입항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답변해달라고 하자 “아마 통상적으로 그게 국제적인 관례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29일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29일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자위함기를 게양한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 그게 자위함기하고 욱일기하고 모양이 구분하기가 매우 쉽지 않은데, 사실상의 욱일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러한 깃발을 게양한 채 제주로 온다면 분명히 논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의에 전 대변인은 “자위함기와 욱일기는 보시면 조금의 차이는 있긴 하다”며 “국방부는 통상 국제관례와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모든 PSI 회원국에 동등한 원칙과 기준을 준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외국 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 또는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건 전 세계적으로 아마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기자가 ‘과거 정부에서 해상자위대 함정이 그 깃발을 달고 오는 것에 논란이 있었고, 자위함정이 오지 않았던 전례도 있었는데, 그때하고 지금의 설명을 들어보면 약간 좀 다른 것 같다, 그동안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전하규 대변인은 “그때 상황이 어떤 것인지, 왜 일본 자위대가 참가 안 했는지는 그때 당시 상황을 확인을 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저희가 일본의 관함식에 참석한 것도 있고 이번에 해양차단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 일본 자위대 함정이 오는 것으로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며 “우리 군이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일본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고, 욱일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주려고 하느냐”고 성토했다.

▲KBS가 29일 오전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KBS가 29일 오전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강 대변인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면죄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모두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과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욱일기를 단 자위대함의 입항을 허용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강 대변인은 “이 다음에는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일본 병사들이 군사훈련을 함께 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던 미래를 위한 결단인가. 국민이 역사를 잊어버린 정부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겼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오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욱일기를 단 자위대함의 입항을 허용하는 것이 맞느냐. 윤석열 정부는 답하라”고 촉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게양될 자위함기는 욱일기와 형태가 같다”며 “국민정서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행위이며, 일제 강점기의 희생자와 국민 앞에 너무나도 잔인하고 무도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연장선에서 보면 굴종외교 마저 넘어선 몰역사적, 반헌법적 행위임을 분명히 한다”며 “일본 제국주의의 범죄의 상징인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호위함의 한국 영해에 입항을 용납할 국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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