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에 출연한 것을 두고 시청자게시판에서 ‘대통령 홍보방송’, ‘동물 예능까지 이용당하냐’, ‘시청 끊겠다’는 비판 글과 ‘잘 만들었는데 왜 그러느냐’, ‘게시판 분탕질 치지말라’는 옹호글이 뒤섞여 정치 논쟁의 장이 됐다.

SBS는 28일 <TV동물농장> ‘나는 행복한 안내견입니다’ 편에 돌연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출연시켰다. SBS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던 ‘새롬이’가 은퇴후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보니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키우고 있었다며 제작진이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가 촬영했다.

대통령의 11번째 퍼스트견이 된 새롬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이제 용인의 안내견 학교 갔다가 ‘내가 당선이 돼서 마당이 있는 관저를 가게 되면 꼭 은퇴 안내견을 좀 키우고 싶다’ 얘기를 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날 우리 가족으로 입양을 했다”고 밝혔다. 입양한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은퇴 안내견이다.

SBS 내레이터는 “대통령 후보시절 안내견 학교를 방문해 시각장애인 보행체험을 해보면서 은퇴 안내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신청후 순서를 기다리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은퇴한 새롬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다”며 “새롬이는 틈날때마다 마당산책을 하는 대통령 뒤를 따라다니면서 껌딱지를 자처한다는데, 5개월만에 새집과 새 가정에 완벽하게 적응 완벽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새롬이”라고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동물 입양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동물 입양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김건희 여사는 “새롬이가 아빠를 훨씬 좋아하죠. 그런데 저희 집 모든 개들이랑 고양이는 다 아빠를 훨씬 좋아해요, 고양이도 그러고”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아니 이사람은 주로 훈련을 시키려 그러고 간식을 줄 때도 뭐 오른발, 왼발, 엎드려 이러면서 주는데 간식을 딱 들고서 계속 훈련을 시키잖아? 그럼 강아지가 나한테 달려와. 그냥 달라 이거야”라고 말하는 장면도 SBS는 내보냈다.

SBS는 “게다가 쉬는 날은 이렇게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신다니 진짜 좋아할 수밖에 없겠네요”라며 “그야말로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반려견을 많이 키우게 된 계기를 두고 윤 대통령이 “글쎄요 뭐… 어떤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 … ”라며 말을 주저하자 김건희 여사는 “그건 사실 제가 말씀드려야 되는데 저희는 이제 아이를 가졌다가 아이를 잃게 되고 굉장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셨는데 유기견을 제가 입양을 계속해왔더니 이제 아빠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다 … 집에 오면 아이들 밥해 줄 생각에 기뻐서 잠시 그 고통을 잊으시더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사실은 다 임시 보호하는 그런 역할로 있었는데 아빠가 하루 지나고서는 안되겠다 다 키워야겠다. … 그래서 아빠 때문에 자꾸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수목적으로 이렇게 봉사하는 그런 강아지들이 많이 있는데, (특수 목적견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봉사를 했기 때문에 치료를 받게 될 때 일정 부분은 우리 국가와 사회에서 부담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그래야 또 입양을 하고 함께 또 동행하기가 쉬우니까”라고 말했다. PD가 ‘임기 내에 뭔가 정책이 나올까’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한번 노력해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사지 마시고 입양하세요”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많은 반려견을 입양하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많은 반려견을 입양하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에 시청자게시판에는 400여건의 제작진 비판글과 옹호글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실명으로 글을 쓰게 돼 있는 이 게시판에 김아무개씨는 ‘동물농장 제작진을 칭찬한다’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자신을 “15년 훌쩍 넘게 일요일 아침은 늘 동물농장와 함께 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영특하고 충신같은 반려견의 선한 이미지를 이런 훌륭한 대통령에게 투영하는 끔찍한 아이디어는 누가 냈을까”라고 썼다. 그는 “SBS와 동물농장 제작진은 현 정부에게 이렇게 계속 아부하셔서 이쁨받고 승승장구 하시기를 빈다”며 “아무런 죄책감없이 동물농장을 떠날 수 있게 해주신 제작진에게도 깊은 감사 말씀드린다”고 썼다.

방아무개씨는 “채널 돌려 버렸습니다”며 “동물농장 마저 정치적으로 방송하는거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앞으로 동물농장은 절대로 시청 안하겠다”고 비판했다. 김아무개씨도 “2001년부터 시청자이지만 이제 안볼란다”며 “TV동물농장이 정치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니, 22년만에 안보기로 결정한다”고 썼다. 최아무개씨는 “동물동장 같은 장수 프로그램 시청자들에게 똥을 뿌리네”라고 게재했고, 엄아무개씨는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이라지만 참담하고 실망스럽다”, “사방팔방 분쟁중인 정치인을 예능에 출연시키는게 정상적인 상황인가요? 노동자는 탄압으로 분신을 했고 온 나라는 갈라치기 되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을 예능에?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최소한의 지킬건 좀 지키자”고 비판했다.

구아무개씨는 “왜? 정치에 이용당하십니까? 정말 너무 너무 싫다”고 했고, 박아무개씨도 “왜 정치가 동물을 이용하는 데 앞장섭니까? PD가 그래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아무개씨는 “프로그램폐지요청한다”고 게시했고, 이아무개씨는 “앞으로는 뉴스도 그 무엇도 SBS는 안보겠습다”고 썼다.

이 같은 비판글이 쇄도하자 윤 대통령 부부를 출연시킨 제작진을 옹호하는 글도 적잖이 올라왔다. 주아무개씨는 “그냥 순수하게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만 보면 좋겠다”며 “윤 대통령 싫으신 분들은 그냥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서 뒤로가시거나 아니면 대통령실 상대로 민원 넣으세요 민원 넣을 용기도 없는 사람들이 왜 여기서 게시판에 분탕을 치느냐”고 반박했다. 주씨는 “이건 SBS 측에서도 강경대처 했으면 좋겠다”며 “정치성 게시글들 싹다 강제삭제하고 해당 아이디들 계정블럭하고 도가 지나친 사람들은 사이버수사대에 싹다 넘겨버리고 제발 여기서 정치 이야기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하자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에 비판글과 옹호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강조표시 사진=SBS TV동물농장 홈페이지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28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하자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에 비판글과 옹호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강조표시 사진=SBS TV동물농장 홈페이지 갈무리

 

이아무개씨는 “윤 대통령 더 나오게 해주세요”라며 “(민주당) 지지자들 발작하는거 ×웃기네여. MBC가 (문재인 정부) 편애방송 할때에는 다 어디 숨어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전아무개씨는 “개버린 누구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좋은데 왜들 난리인가”라며 “여기서 욕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동물을 좋아하는 건 맞느냐”고 썼다. 임아무개씨는 “동물농장까지 들어와서 윤대통령님 비난하는 개딸들을 차단해달라”고 주장했다.

최아무개씨는 “방송 잘 만들었는데, 정치가 아무리 당신의 삶에 중요해도 괴물이 되지는 말자”며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TV 동물농장을 비난하는 당신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사실 특수목적견의 은퇴 입양은 힘든 결정”이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에 SBS 측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29일 오후 대통령 홍보성 방송에 동물 예능까지 동원된 것 아니냐, 시청중단하겠다, 프로그램 폐지하라 등의 시청자 게시판 의견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SBS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작진에 질문을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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