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권력은 독자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권력은 독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언론이 만든 상품인 기사에 돈을 지불하는 이들이 평범한 다수 독자가 아니라 주로 자본권력이거나 정치·행정권력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 위기의 본질이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라면 언론의 혁신은 무너진 언론과 독자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독자와 밀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취재와 경영을 주민들로 매개한 건강한 지역신문은 혁신의 한 모델이다. 이번 기획기사들에서 지역신문에 놓인 장벽에 대해 다뤄본다. - 편집자주 

서울 지역 자치구들이 조선일보·중앙일보나 경제지를 계도지로 새로 구독하면서 계도지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 지역 계도지 예산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서울신문 몫을 줄인 구청도 있고, 경향신문·한겨레 등 진보성향 신문사 예산을 삭감한 구청도 있다. 서울 지역 자치구 25개 중 24개 구청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는데 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17개(현재 16개, 민주당은 8개) 구청 권력을 국민의힘으로 바뀐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선·동아 등 보수지와 경제지, 계도지 구독 확장

미디어오늘이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지난해와 올해 계도지(통반장이 보는 신문 구독료를 지자체가 세금으로 대납하는 관언유착 관행) 구독 현황을 보면 영등포구는 지난해에 구독하지 않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각 56부씩 구독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겨레는 지난해 105부에서 올해 55부로 줄였다. 

▲ 조선일보 사옥(왼쪽)과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조선일보 사옥(왼쪽)과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도봉구는 지난해 27부 보던 한국일보를 끊고 조선일보를 26부 새로 구독했다. 그 외에는 문화일보를 126부에서 86부, 경향신문을 70부에서 48부, 한겨레를 122부에서 78부로 각각 줄였다. 경향신문·문화일보·한겨레가 모두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해부터 월 구독료를 올렸는데 이를 감안해도 예산은 감소했다.      

강남구는 기존 신문은 큰 변동 없이 조선일보(30부), 중앙일보(39부), 동아일보(41부), 한국일보(8부), 세계일보(6부), 서울경제(28부), 헤럴드경제(7부)를 올해부터 새로 구독하기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조선일보(80부), 중앙일보(50부), 동아일보(80부), 매일경제(35부), 한국경제(50부)를 올해부터 새로 구독한다. 

관악구는 주요 매체 구독을 전반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구독하지 않던 조선일보(15부)와 동아일보(15부)를 올해부터 구독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5부를 보던 중앙일보는 올해 15부로 늘렸다. 진보성향의 신문도 늘렸다. 한겨레는 기존 67부에서 70부, 경향신문은 기존 10부에서 15부로 늘렸다. 반면 지난해 15부씩 보던 아주경제와 아시아투데이, 지난해 5부씩 보던 이투데이와 이데일리의 구독을 중단했다. 

올해 서초구는 동아일보 37부, 중랑구는 동아일보 10부 구독을 새로 시작했다. 성동구는 동아일보 10부와 한국일보 10부 구독을 시작했다. 종로구는 올해 조선일보 32부 구독을 시작했다. 

중구는 올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각 40부씩 구독하기로 했다. 반면 문화일보는 250부에서 올해 188부로 줄였고, 시민일보를 기존 70부에서 올해 50부, 시정신문을 기존 100부에서 올해 50부로 줄였으며 지난해 93부 보던 전국매일을 해지했다. 

▲ 신문. 사진=pixabay
▲ 신문. 사진=pixabay

 

경제지들도 계도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동작구는 올해 서울경제(23부), 한국경제(22부), 매일경제(17부)를 새로 구독했다. 구로구는 올해 헤럴드경제(36부), 아시아경제(30부), 세계일보(24부)를 새로 구독했고, 지역지의 경우 시정신문과 서울남부신문을 각 25부씩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중 영등포, 도봉구, 강남구, 서대문구, 동작구, 구로구, 종로구, 중구는 구청장이 기존 민주당에서 지난해 국민의힘으로 교체된 지자체다. 서초구는 구청장이 지난번과 이번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중랑구와 성동구는 지난번과 이번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계도지 1위 서울신문 예산 삭감 크지 않지만 

서울신문 예산을 줄이고 조선·동아일보를 추가한 지자체도 있다. 서울신문은 25개 자치구를 상대로 계도지를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서울신문 예산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동대문구는 서울신문을 지난해 1153부(연간 2억4900여만원)에서 올해 840부(연간 2억여원)로 삭감했다. 반면 지난해 구독하지 않던 조선일보를 221부, 동아일보를 219부 구독하기 시작했다. 동대문구는 기존 민주당에서 지난해 국민의힘으로 구청장이 교체됐다. 

올해 서울신문 예산을 줄인 곳은 동대문구 외에 강북구와 은평구 정도다. 그럼에도 기존에 보기 힘들던 서울신문 계도지 예산 삭감 시도가 다수 구청에서 벌어졌다. 이러한 흐름이 유지된다면 계도지 시장에 변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계도지 서울신문 삭감한 강북구, 올해 삭감 부수 유지해]

전반적으로 조선·동아일보를 올해부터 구독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몇몇 지자체에서 새로 구독하기 시작한 다른 매체도 눈에 띈다. 금천구는 기존 매체를 대체로 유지한 채 올해 이데일리만 10부 구독하기 시작했다. 용산구는 올해 국민일보와 헤럴드경제를 각 13부씩 새로 구독하기로 했다. 

한편 양천구는 지난해 10부 보던 한국경제를 올해엔 구독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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