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17일 경기도 의정부시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아이돌봄 클러스터 시범사업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17일 경기도 의정부시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아이돌봄 클러스터 시범사업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지난 21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3지대장을 추모하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 건설노조의 집회 이후 집회를 규제·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22일 경향신문은 기사 <정부·여당 ‘노조 때리기’ 이어 이번엔 ‘집회 옥죄기’ 조짐>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것을 빌미로 ‘노조 때리기’에 더해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 축소 시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면 위헌’이라고 재차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는 기사 <두 차례나 ‘위헌’ 판단 나왔는데…야간집회 더 옥죄려는 당정>에서 “시민사회에서는 헌재가 과도한 야간집회 제한을 ‘위헌’이라고 이미 판단한 만큼, 후속 입법이 헌재 결정 취지를 거슬러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 한겨레 22일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2일 기사 갈무리.

윤희근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 지휘부는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이후 ‘건폭 수사’ 홍보 자제와 집회·시위 신중 대응을 주문해왔는데, 윤 청장은 건설노조의 ‘1박2일 서울 도심 상경집회’ 이튿날인 지난 18일 대국민담화에서 “혐오감”, “불응 시 검거” 등 표현을 동원하며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경향신문은 “강경대응을 천명한 윤 청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경찰 내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윤 청장이 초법적 발언으로 논란을 자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기사 <“집회 대응 신중” 3일 만에 “강경”…기조 뒤집은 경찰청장>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건설노조 집회 이후 언론에서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프레임으로 기사들이 나오지 않았냐”며 “(노조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지 않았겠나. 다만 입장이 세질수록 논리가 정교해야 하는데,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 것 같아 모양이 좀 이상해졌다”고 했다.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 경향신문 22일 아침신문 갈무리.

정제혁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라는 제목의 ‘아침을 열며’ 칼럼을 썼다. 정제혁 부장은 양회동씨의 유서와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한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의 말을 언급하며 “노동자의 자존심.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것. 노동자도 저마다 인간의 존엄과 품위, 감정과 표정을 갖고 있다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의 몰각이 반노동의 시작과 끝”이라고 했다.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일이라는 점, 다른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살해하는 일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확인 취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폭력성과 오만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괴물이 된다는 게 별것 아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그게 괴물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맞장구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한때의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우면서, 그렇게 정치하면,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 경향신문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도 ‘아침햇발’ 칼럼에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분신 배후 의혹’ 보도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상징하는 말 가운데 ‘역사의 퇴행’이란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춘재 위원은 32년 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활동가 김기설씨의 죽음에 대한 악의적 망언을 기정사실화한 조선일보의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보도를 언급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이 언론사는 자신들에 호의적인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생산하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정권 핵심 인사들과 ‘정권의 지팡이’를 자처한 경찰 수장이 이런 기사에 호응하는 행태도 그때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7일, 18일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기사는 32년 전보다 더한 함량 미달의 기사였다”며 “그런데도 건설노조 주무 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신 배후 의혹’에 동조하고 나섰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노조 집회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집권 여당은 집회 해산에 살상용 무기인 물대포까지 동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마치 32년 전의 ‘마녀사냥’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서 뭔가 ‘한 건’ 해주길 기대하는 걸까”라고 했다. 

▲ 한겨레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 한겨레 22일 오피니언면 갈무리.

 

G7 정상회의, ‘자화자찬’, ‘중국 실종 뚜렷’ 윤석열 외교 지적한 언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나 대북 억지력 강화, 경제안보 협력 등에서 “3국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위협,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담은 6개월 전 프놈펜 성명을 재확인했다. 22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G7 정상회의 소식을 1면에 담고 사설을 통해 ‘중국 외교 실종 상태’, ‘대통령실의 자화자찬’ 등 윤 정부에 우려 지점을 전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공동성명은 미중 간 전략경쟁을 넘어 서방 대 중-러 간 진영 대결로 이어지는 신냉전 기류 속에 서방 선진국 클럽의 단합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북핵에 맞선 국제공조를 확인했고,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옹호했다. 다만 그것이 국제 정세의 기류를 정확하게 읽고 우리 국익과 정교하게 접목한 전략적 행보인지는 의문이다. 사실상 실종 상태인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부터 서둘러 복원해 위험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밀착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미-중 경쟁 와중에 한국 외교가 미국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고 있다”며 “안보·공급망 재편 등에서 미·일과 협력 강화가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이 과도하게 한·미·일 중심의 ‘가치 외교’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중국 외교’를 실종 상태로 만드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 복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고언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겨레 22일 사설 갈무리.
▲ 한겨레 22일 사설 갈무리.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G7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해 피폭 실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6일 각의에선 ‘자료 수집이 어려워’ 외국인 원폭 피해자 규모를 조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피폭의 실상을 알리겠다는 호소는 그 자체로 모순이고, 윤 대통령도 시정 요구 없이 기시다 총리의 공동참배 제안에 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 한겨레 사진 갈무리.

그러면서 “이날 ‘공동참배가 과거사 해결에 낙관적’이라 한 대통령실 평가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은 진전이 없는 속에서 사후 면죄부만 줄 수 있는 섣부른 판단”이라며 “일본이 강제동원 강제성을 사실상 부인하는데도, 대통령실이 위령비 참배를 ‘과거사 해결에 대한 실천의 시작’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2일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22일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우려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없이 “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한미,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고, 문재인 정부 5년간 사라졌던 한·미·일 3국 협력이 완전히 복원됐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잘못 보일까 봐 3국 협력을 극도로 꺼렸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라며 “한국이 G7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다 보면, G8 국가가 되는 것도 한낱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 조선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22일 사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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