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같은 놈들." "간첩이야 뭐야." "국감이나 똑바로 하라고 그래."

22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열린우리당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장영달 의원)'는 이명박 시장을 만나려다 '수도이전 결사반대'라는 어깨띠를 두른 이들에게 폭언을 들어야 했다.

   
▲ 서울시가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추진중인 수도이전 반대 집회에 5억원의 예산을 편법 지원한 의혹과 관련해 22일 서울시를 항의방문한 우제항 열린우리당 의원(사진 왼쪽)과 이춘식 정무부시장(오른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몸싸움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시청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됐다. '수도이전 결사반대'라는 어깨띠를 두른 이들은 시장실 앞에서 양팔을 편 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몸싸움이 발생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진기자와 촬영기자들은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서울시청 항의방문 몸싸움으로 아수라장

   
▲ 22일 서울시장실에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사진 가운데)이 이춘식 정무부시장(왼쪽)에게 서울시의 편법 예산지원 의혹과 관련한 문서를 들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시장실 앞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막아선 이들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었다.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서울시의회가 아닌 서울시청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을 막아서고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5분여에 걸친 거친 몸싸움을 끝낸 뒤 시장실에 들어섰으나 만나려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자리에 없었다. 장영달 의원을 비롯해 김영춘, 우원식, 임종석, 우제항, 홍미영, 노현송, 박기춘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도 서울시 관계자, 한나라당 서울시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장영달 의원 "서울시는 대한민국 서울시 아니냐"

   
▲ 서울시의 수도이전 반대집회 예산 편법지원 의혹과 관련해 22일 서울시를 항의방문한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사진 오른쪽)이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신해 나온 이춘식 정무부시장(왼쪽)에게 따져묻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일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서울시장실 방문을 가로막은 경위에 대해 항의했다. 장영달 의원은 "오늘 (서울시장실에) 들어온 소감은 폭력집단을 뚫고 어렵게 들어온 기분"이라며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서울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시장 비서실장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방문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장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시장실 앞에서 몸싸움을 주도했던 명영호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장이 대화에 참여했다.

명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온 것을 보고) 차를 한잔하려고 했는데 조사를 하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 흥분했다"며 "먼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명 위원장의 얘기에 대해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재차 항의를 했고 다시 설전이 벌어졌다.

명영호 수도이전반대위원장 "경제도 어려운데…정신나간 사람들 아니냐"

   
▲ 수도이전 반대집회에 예산을 편법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시를 항의방문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이춘식 정무부시장(왼쪽)이 궁색한 답변을 하고 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가 명 위원장에게 시장실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 다른 시의원들이 참여하면서 이 당직자와 시의원들간의 거센 몸싸움이 이어졌다. 당직자와 일부 시의원들이 시장실 밖으로 나간 뒤 몸싸움은 진정됐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들은 시장실 밖에서 "국감이나 똑바로 하라고 그래, 시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빨갱이 같은 놈들" 등이라고 말했다. 명영호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항의방문을 실력저지한 이유와 관련, "국가가 망하는 일을 하므로 수도권 국민 70∼80%가 반대한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수도이전을 한다니) 정신나간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몸싸움을 주도했던 명 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이다. 한나라당 용산지구당 상임부위원장과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냈으며 봉두완 전 민정당 의원 청년회장 및 서정화 전 한나라당 의원 특별보좌역 등을 역임했다.

서울시 행정국장, '열우당' 표현으로 항의 받기도

서울시장실에서는 몸싸움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이춘식 정무부시장과 행정국장 등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을 집중 추궁했고 정무부시장과 행정국장 등은 이를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행정국장은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춘식 정무부시장은 "수도이전 반대운동은 서울시의원들과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가 함께 추진하는 것이지 서울시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서울시의회의 정당별 의석분포를 이 부시장에게 질문했다. 이 부시장은 "서울시 의원 102명 가운데 80% 이상이 한나라당 소속"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국감 때 보자"

장영달 의원은 서울시장실을 떠나기에 앞서 "이명박 시장의 행위는 국민 위에 올라선 왕조시대에나 할 행위"라며 "군림하는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정무부시장 등에게 "국정감사에서 '수도이전 관제데모 의혹'을 추궁하겠다"고 밝히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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