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회복세를 보이던 광고 시장이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지역언론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방송사 및 신문사들은 올해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 수입원이었던 광고비 집행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자체 취재를 바탕으로 지역MBC 16곳, 지역민영방송 9곳, 지역신문 12곳 등 총 37개 주요 지역 언론의 3년간 영업이익과 매출을 집계했다.

지역MBC 4분의3이 영업손실

지난해 목포와 광주, 여수, 강원영동을 제외한 12개 지역MBC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목포(15억 원)와 광주(8억7000만 원), 여수(6억6000만 원), 강원영동(9000만 원)은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대구MBC(-78억 원), 부산MBC(-55억 원), MBC경남(-51억 원), MBC충북(-50억 원), 울산MBC(-18억 원), 제주MBC(-11억 원), 포항MBC(-10억 원), 대전MBC(-9억 원) 춘천MBC(-7억 원), 원주MBC(-5억 원), 전주MBC(-5억 원), 안동MBC(-1억 원) 등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역MBC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MBC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2021년엔 목포와 전주 지역을 제외한 14개 지역MBC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소폭 호전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사정은 어렵다. 지역MBC 관계자들은 “제작비, 인건비 등 고정 비용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그동안 주 수입원인 방송광고 수익이 매년 15~20%씩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지역방송사들의 방송광고 수익은 얼마나 떨어지고 있을까. 지역MBC 중 가장 매출액이 큰 대전MBC(268억 원)를 기준으로 방송광고 수익 추이를 살펴본 결과 대체로 감소세를 보였다. 226억 원(2012년), 194억 원(2013년), 189억 원(2014년), 217억 원(2015년), 188억 원(2016년), 152억 원(2017년), 131억 원(2018년), 124억 원(2019년), 111억 원(2020년), 132억 원(2021년), 140억 원(2022년). 10년 전과 비교해 90억 원 가까이 줄어든 모양새다. 같은 지역의 민영방송인 TJB(대전방송)도 비슷하다. 215억 원(2012년), 206억 원(2013년), 201억 원(2014년), 191억 원(2015년), 168억 원(2016년), 170억 원(2017년), 157억 원(2018년), 146억 원(2019년), 128억 원(2020년), 155억 원(2021년), 153억 원(2022년). 10년 전과 비교해 6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이해승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지난 5년 동안 16개 지역 MBC의 영업손실이 총 –2500억 원이다. 쉽게 말하면 매년 –500억 원씩 적자가 난 것”이라며 “매년 광고가 빠지면 그만큼 다른 사업을 해서 메워야 한다. 매출은 늘어날 수 있는데 영업이익은 쉽게 늘어날 수 없다. 이미 사업을 다각화해 비즈니스를 하는 상황이다. 광고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김낙곤 광주MBC 사장도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광고를 연 200억 원 받을 때가 있었다. 몇 년 새 70억~80억 원으로 급감했다. 매출 구조로 보면 코바코 광고 수익과 자체 수익이 5:5다. 광고가 자꾸 줄고 있어 자체 수익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 지역MBC 경영국장 역시 “2016년도만 해도 코바코에서 170억 원 방송광고 수익을 배분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97억 원을 받았다. 6년 새 73억 원이 준 거다. 인건비, 물가, 제작비 등은 상승하는데, 광고 매출은 –43%가 빠졌다”며 “또 지역MBC 수익 원천은 직거래다. 지역 행사 등이 중요한데 코로나19 국면에 지역 행사가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가 끝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지역 MBC들은 사내 유보금이 떨어져 ‘사옥 매각’을 하기도 했다. 대구MBC는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다 2019년 자구책으로 사옥을 매각했고 2021년 4000억 원의 대금을 받았다. 이후 부산MBC도 사옥을 매각했다. 다른 지역MBC가 자구책으로 사옥 매각을 진행하자, 지난달 3월 기준 사내 유보금이 바닥을 보이기 직전인 MBC충북(20억 원)과 제주MBC(24억 원)도 각각 ‘골프연습장’과 ‘사옥’ 매각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MBC충북는 지난해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총 11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보유하고 있는 골프연습장 건물을 매각하지 못해 충주연주소(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신소, 계열사 지역국, 위성국으로 송출하는 곳)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약 19억 원의 돈을 들여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1년 –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MBC충북는 지난해 –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일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충북지부장은 “지난해 현금 유동성 위기가 왔었다. 고정비인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광고 매출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방통위의 UHD 전환 정책도 부담이다. 충주연주소와 청주연주소에 40억 원이 들어갈 거다. 지역사들이 방통위에 UHD 전환을 미뤄달라는 이유가 이런 재정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주방송 제외 8곳, 2021년보다 영업이익 감소

지난해 지역민영방송은 9곳 중 6곳이 흑자를 기록했다. 울산방송(UBC)과 광주방송(KBC), 제주방송(JIBS) 등이 각각 –44억 원, -13억 원, -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KNN(부산경남방송) 67억 원, TBC(대구방송) 41억 원, JTV(전주방송) 10억 원, TJB(대전방송) 6억 원, G1(강원민방)·CJB(청주방송) 4억 원 등 영업이익을 냈다.

▲지역민영방송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민영방송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민영방송 9곳 중 8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키사인 SBS는 2021년 14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4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민영방송 9곳 중 8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키사인 SBS는 2021년 14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14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6곳의 방송사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CJB를 제외한 8곳 모두 2021년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TBC(44억 원→41억 원), JTV(20억 원→10억 원), KBC(-3억 원→-13억 원), TJB(11억 원→6억 원), UBC(-21억 원→-44억 원), KNN(94억 원→67억 원), G1(20억 원→4억 원), JIBS(1억8000만 원→-4억 원)을 기록했다. SBS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 원을 넘기고, 2021년 1408억 원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143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영업손실을 낸 UBC의 경우 신사옥 건립 비용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 광주방송은 –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9년 사옥 이전, 서울스튜디오 건립 등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현중 KBC 정책광고부장은 “광고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광고 매출이 35% 정도 떨어진 것 같다”며 “올해 특이한 점은 디지털미디어 시장조차 광고가 감소하기 시작됐다. 경기 침체가 상당히 심각한 것 같다. 민방 모두 사내 유보금들이 있고 어떤 형태로든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2개 지역신문 중 10억 원대 영업이익 한곳도 없어

2022년 영업실적이 공시된 주요 지역신문 12곳 중 1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언론사는 없었다.

가장 많은 영업손실을 낸 지역신문은 부산일보 –90억 원이었다. 뒤이어 국제신문 –33억 원, 영남일보 –25억 원, 광주일보 –7억5000만 원, 매일신문 –5억 원, 경남신문 –3억4000만 원 순이었다.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지역신문은 대전일보 9억8000만 원, 경기일보 9억2000만 원, 경인일보 2억5000만 원, 강원도민일보 2억 원, 전북일보 1억8000만 원, 강원일보 1억4000만 원 순이었다.

▲지역신문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역신문 2020~2022년 영업이익. 그래프 정리=박서연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2021년 매일신문이 16억 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에는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윤조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장은 “2021년 대구지역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아파트 건설 승인이 우후죽순으로 났다. 당시 부동산 호황기라 아파트 분양 광고가 많았다”고 설명한 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이 터졌다. 서울보다 더 빠르게 악화됐다. 분양 광고가 전멸된 상태로 가다 보니 그 전과 180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 사주가 바뀌면서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사업을 정리하다 보니 손실 폭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영진 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도 “2021년만 해도 덩치 큰 광고들이 어느 정도 살아있었고, 지난해 정부가 바뀌면서 부동산 시장도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다. 큰 광고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시장이 없어진 거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도 거의 풀리면서 지역 행사들이 진행되면 수익이 나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고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다. 투자해서 매출처를 발굴해내는 게 지역신문은 굉장히 어렵다. 전체적인 광고 시장의 하락세로 인한 경영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문체부 정책 지원 ‘큰 그림’ 주문

지역언론의 ‘자구책’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과 정책 재검토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문영진 의장은 “언론 산업이라고 해서 산업의 영역으로만 남겨놓는다면 해결 방법이 없다. 흑자를 내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데, 자치단체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신문발전법에 따라 배정된 예산이 80억 원 정도다. 조건에 따라 통과한 매체에 선별 지급한다고 해도 (지원 대상 매체가) 50개가 넘는데, 그 지원이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250억 원에서 시작한 예산이 80억 원까지 줄었다”며 “(지역신문에) 공적 책무를 부과하고 폭넓은 지원책을 정부가 내놨으면 한다. 정부 광고도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주는 적극 행정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낙곤 광주MBC 사장은 “앞으로 지역방송이 살아가야 할 방향은 코바코 광고 의존이 아니다. 방송사에 맞는 콘텐츠 사업 활성화와 자산 활용 등이 필요하다. 전라남도는 일조량이 풍부해 방송 외 수익으로 태양광 사업을 도입했다. 지방정부가 방송사와 함께하고 싶은 콘텐츠 사업이 있을 것”이라며 “지역방송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선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방통위의 ‘지역방송발전위원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방송사 대표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낙곤 사장은 “지역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게 좋다. 국회나 방통위도 지역방송이 지역의 중요한 인프라라는 인식을 갖고 지역방송의 자구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방통위 정책 중 UHD 시설 투자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인지 검토했으면 한다. OTT 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직 UHD 장비를 구축하지 못한 방송사들은 투자 여력이 없을 거다. 정책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플랫폼이 많아지고 정보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양질의 믿을만한 정보는 많지 않다. 지역 지상파와 레거시 지역 신문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특히 방통위는 지역방송 정책만을 들여다볼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 지역방송발전협의체도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 다만 민원을 듣는 수준이 아니라 큰 그림을 도출해줄 필요가 있다. 영업이익을 낸 광주·목포·여수 등도 MBC도 방송사업으로 흑자를 낸 게 아니다. 기타 수익으로 흑자를 냈다”고 했다.

한선 교수는 “지역방송은 공공재가 아닌 가치재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많은 시도를 하려고 하는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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