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6·25 참전 영웅의 계급을 대위에서 하사로 강등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보도자료 사진을 교체하는 일이 빚어졌다. 보훈처 자료를 인용 보도한 언론들은 급히 사진을 정정해야 했다.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지난 11일 <6·25 참전 영웅 주거개선, 민·관이 힘 모은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주택금융공사 후원으로 참전 유공자의 노후 자택을 수리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고(故) 김한준 대위 사진. 오른쪽 사진이 국가보훈처가 AI로 복원했다가 논란을 부른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 속 모자의 계급장이 하사 계급. 사진=문형철 연구원 제공.
▲고(故) 김한준 대위 사진. 오른쪽 사진이 국가보훈처가 AI로 복원했다가 논란을 부른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 속 모자의 계급장이 하사 계급. 사진=문형철 연구원 제공.

첫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이는 고(故) 김한준 대위(1929년 2월8일~2012년 4월29일)였다. 그는 1953년 강원도 화천 ‘425고지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그해 10월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참전 유공자다. 425고지 전투는 2011년 개봉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전투로도 유명하다. 보훈처는 김 대위 배우자인 양옥자씨가 거주 중인 전북 전주 자택을 보수할 계획이다.

문제는 보훈처 보도자료에 첨부된 김 대위 사진이다. 사진 속 김 대위 군모에는 ‘대위’ 계급장이 아닌 1960년대 ‘하사’ 계급장이 붙어 있다. 보훈처 설명에 따르면, 사진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6·25전쟁 영웅들의 옛 사진을 복원한 것인데 그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 

지난해까지 국방 전문 기자로 활동해온 문형철 특수지상작전연구회 상임연구원은 “김한준 대위는 1947년 국방경비대에 자원 입대해 1950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고 1956년 대위로 전역했다”며 “사진 속 하사 계급장과 군모 형태 등을 보면, 육군 복제상 1960년대 하사 모습이다. 시기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보도자료 배포 후 문제가 제기되자 보훈처는 언론에 사진 교체를 요청했다. 보훈처는 기자들에게 “AI로 복원하는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 고 김한준 대위의 실제 사진을 다시 보내드린다”고 공지했다. AI 사진 논란에 보훈처가 유족에게 김 대위 사진을 요청했고, 유가족에게 직접 받은 사진을 언론에 재배포한 것이다. 앞서 국가보훈처 보도자료를 인용했던 언론들도 김 대위 사진을 정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김한준 대위님이 장교 출신이라면 병(兵)이나 부사관 시절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보훈처가 김 대위와 전혀 무관한 사진을 배포한 것이겠지만 김 대위님은 병으로 계시다가 부사관 생활하셨고 6·25 때 소위로 임관하셨다”고 해명했다. 김 대위가 하사(부사관)를 지낸 바 있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자료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6·25 영웅들의 옛날 사진을 배포하기보다 AI로 생생하게 복원해 알리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AI 복원 전의 원본 사진 출처는 현재 확인 중”이라고 했다. 

▲ 국가보훈처가 6·25 참전 영웅의 계급을 대위에서 하사로 강등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지난 11일 보도자료 사진을 교체하는 일이 빚어졌다. 사진=보훈처 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 국가보훈처가 6·25 참전 영웅의 계급을 대위에서 하사로 강등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지난 11일 보도자료 사진을 교체하는 일이 빚어졌다. 사진=보훈처 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보훈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6·25 전쟁 영웅 포스터에 국군이 아닌 중공군 모습을 넣었다가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기본적 사실확인 미비에 보훈처의 전문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훈 관련 시민단체인 청년미래연합의 안종민 대표는 15일 통화에서 “유공자들을 선양하기 위해 언론이나 페이스북에 배포·게시하는 보훈처의 글이나 사진이 틀릴 때가 적지 않다”며 “보훈처가 게시물을 올릴 때 그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사실 검증을 위한 전문가 배치를 주문하기도 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철 연구원도 “보훈처는 각종 군 사료와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 지식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기관이 AI 오류 탓을 하고 있다”며 “보훈처가 군과 보훈에 관해 전문성을 갖춘 곳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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