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대한 엠바고 해제는 국방부의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 선발대의 기지건설과 부대 이동이 완결되는 시점에 맞춰 기존의 약속대로 엠바고를 풀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은 파병 부대의 활동을 국민에 홍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엠바고 해제가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국민의 대다수가 고향집 안방에서 자이툰 부대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파병반대론을 잠재울 만큼 충분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엠바고 해제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했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언론계 내부에서는 우리 언론들의 정치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파병 찬성론을 적극적으로 펼칠 때는 언제고 막상 파병되고 나니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엠바고가 풀리기 전이라도 개별사 차원에서 취재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엠바고 해제는 언론에 있어 또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보도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 외에도 언론이 국방부의 '홍보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22일 오후부터 언론들은 국방부가 만든 보도자료와 화면을 토대로 보도를 할 것이다. 언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국민들은 국방부에 편향된 틀에 갇혀 이라크 현지 상황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국방홍보원 신문부(국방일보) 기자 2명과 영화부(국방뉴스) ENG 카메라 요원 및 감독 각각 1명씩 등 4명을 아르빌 현지로 파견한 바 있다. 이들과 함께 자이툰 부대 정훈장교 5∼6명도 보도자료 작성과 촬영 작업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지에 기자들이 없는 만큼 언론에 현지 정보를 제공할 목적과 군 활동 존안기록을 위해 파견한 것"이며 "주로 영상자료를 편집해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국군 파병지역인 이라크 아르빌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김영미 PD는 22일 오전 위성전화를 이용한 통화에서 "신문과 방송이 모두 국방부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쓸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렇게 된다면 전 신문은 '국방일보'가 되어가고, 방송 보도는 '배달의 기수'화 되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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