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박대출 당 정책위의장 등이 연일 KBS MBC 등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 구성이 좌파일색이라며 가짜발언에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공영방송에 보수 패널이 부족한 까닭은 토론의 주제가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일 경우 보수 인사들이 도망다니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보수패널이 왜 정권을 찬양하지 않는지 생각해봤느냐며 윤심을 거스르면 정치인생이 끝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좌우파를 가르는 기준도 조악할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폄훼했다는 이유로 문제삼는 것 역시 외교성과를 거짓과 편파 포장해달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탄압이 도를 넘었다고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요즘 들어서 당에서 시사방송 패널들을 분류해서 왜 보수쪽 패널이 부족하냐고 지적하는 것 같은데 … 대안을 잘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애초에 보수진영 패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도망다니기 때문”이라며 “주제가 대통령이거나 영부인이면 긴급펑크 내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무엇보다 공천 하나만 바라보고 마이크 앞에 서기 때문에 국민들이 바라는 공정한 시각에서의 마음의 소리가 아니라 굴종의 궤변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청취율이나 시청률이 안나오고 그러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일상다반사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대표가 된 이후 토론배틀로 인재를 등용해 대선과 지선을 거치며 방송에서 맹활약했다고 자평하면서 “그들이 다른 보수패널들보다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그들에게 무제한 그린라이트를 약속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자유, 때로는 우리 당의 판단을 비판할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유를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해서도 냉정한 지적을 할 수 있었고, 그게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샀다”며 “이게 불편한 어떤 자들은 ‘내부총질’ 이라는 단어로 묶어서 이 막강한 수단을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실력으로 사람을 뽑아쓰자고 하면 ‘당을 위한 헌신’을 봐야 된다는 궤변으로 일관하니 실력있는 사람보다 공천을 위해 몸을 불사르는 패널들이 보수를 대변하게 될테고, 그럴거면 태영호 의원을 왜 욕하느냐”며 “당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태영호 의원인데”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좌파패널 솎아내기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중 의원이 좌파패널의 가짜발언을 고발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역대급 망언”이라며 “언론장악의 전위대에 선봉에 서있던 박성중 의원의 언론탄압 발언 가운데 (이번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좌파패널 출연자 전수조사 및 민형사 고발조치 주장을 두고 “자신이 아무리 말을 해도 사람들 반응이 없으니 점점 수위를 높이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희의에서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좌파패널 비판 및 고발조치 발언 등을 두고 언론탄압의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희의에서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좌파패널 비판 및 고발조치 발언 등을 두고 언론탄압의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 의원은 ‘한겨레 시사인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소속 기자’ 등 소속 패널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좌파라고 낙인찍은 것을 두고 “이 정도 하려면 어떤 발언이 문제성 발언인지 정도의 근거는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며 “기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성 발언임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 편성에 개입하려는 방송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이런 막무가내 궤변을 비판한 점을 들어 “왜 보수 패널이 자신 있게 정권을 찬양하지 않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봤느냐”며 “윤심을 거스르면, 김건희 눈밖에 나면 당에서 쫓겨나고 공천에서 배제되고, 정치인생 끝날 거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 의원은 “지나가는 사람도 다 알법한 이사실을 국민의힘 내부와 대통령실 잇는 분들만 모르는 것 같다”며 “현재는 출연자들을 전수조사할 것이 아니라, 섭외에 실패한 사례가 몇 건이나 되는지 방송국 작가나 기자들이든 PD들이든 몇분만 붙잡고 물어보면 금방 나올 거다. 진실에 눈감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언론탄압 발언이 방송법 거부권 건의쇼로 가는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 원내 지도부는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는 독재정권식 발상이 처참하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오후 브리핑에서 “패널 편향성을 주장한 근거는 제멋대로 분석한 패널 성향으로 조악하기가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정부의 외교 실책을 비판하면 편파적이냐”며 “대통령의 없는 외교성과를 칭송하지 않았다고 좌파로 매도하며 공영방송을 옥죄는 여당의 행태는 참으로 볼썽사납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언론은 정부의 주장을 받아써주는 대서소가 아니다”라며 “언론에 빈약한 외교성과를 포장해달라는 것이야말로 편파와 거짓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가짜뉴스로 호도하고 여당은 좌파 방송이라며 응징하겠다고 하니 부창부수가 아닐 수 없다”며 “외교 실패를 패널과 공영방송에 전가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영방송을 두고 “정부의 입맛대로 패널들을 채워 방송하는 것이 공정한 방송이냐”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운 모양이지만 막무가내 언론탄압, 방송장악은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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