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2002년~2023년 대한민국 세계 언론자유지수. ⓒ미디어오늘 이우림 
▲2002년~2023년 대한민국 세계 언론자유지수. ⓒ미디어오늘 이우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인 5월 3일,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47위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43위→41위→42위→42위→43위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한 시기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첫 번째 발표에서 이전 정부보다 언론자유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시아 1위는 대만(35위)이었으며 한국의 뒤를 이은 48위는 수리남이었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첫해였던 2008년 올해처럼 47위를 기록했고, 이듬해인 2009년 69위를 기록했다.

언론자유지수 하락 원인이 된 상징적 사건은 지난해 9월22일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 이후 벌어졌다. 여당은 9월29일 MBC 사장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고, 대통령실은 11월9일 “편파방송 시정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이 같은 조치가 “헌법수호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11월23일과 12월5일 두 차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행보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MBC를 향한 공세와 차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무기한 중단된 대통령의 일일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도 재개를 촉구한다”고 했으며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는 보도가 편파적이고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TBS의 공적 자금을 삭감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 언론인 조사’ 결과에선 기자가 인식하는 언론 자유도가 3.44점(5점 척도 기준)으로 언론재단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1년 사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0월4일 문체부는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를 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고, 그해 12월2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해충돌 우려에도 ‘청담돌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 언론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했으며 “언론인들은 때때로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여전히 이론상 7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사가 보도를 할 때 개인이나 기업의 이름과 같은 주요 사항을 생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또 “한국의 인쇄 매체는 보수 신문의 점유가 높지만, 공영방송인 KBS가 지배하는 방송 분야는 이념적 지향 측면에서 조금 더 다양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규제를 통해 정부가 공영방송사의 고위 경영진을 임명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편집권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는 문재인정부 5년간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던 지점이기도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180개 국가의 언론자유 환경을 조사한 이번 결과에선 10개 국가 중 7개 국가의 언론 환경이 좋지 못했다. 47위 한국은 ‘양호함’에 속했으나, 53위 루마니아부터 ‘문제 있음’으로 분류되었던 점에 비춰보면 안심할 수 없다. 언론자유 최하위 국가는 북한(180위)이었고, 중국(179위)과 베트남(178위)이 북한을 따라가고 있었다. 미국도 전년보다 하락한 45위에 그쳤고, 일본은 68위였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에서 정부 당국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2023년 세계
▲2023년 세계언론자유 지도. 붉은 색일수록 언론자유가 없다. ⓒ국경 없는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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