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개정이후 국보법 비판하며 언론·국민 탄압도구 경계

지난 1958년 국가보안법 3차 개정, 이른바 ‘2.4 보안법 파동’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의 저항으로 점철됐다. 12월24일 한의석 국회부의장의 경위권 발동으로 무술경위 300여명이 의사당에 난입해 새 국가보안법을 통과한 것을 두고 신문들은 ‘국캄, ‘민주주의의 종언’을 선언하기도 했다.   

신문들의 이런 태도는 58년 11월7일 자유당 간부와 홍진기 법무부장관(중앙일보 창립자)이 합의한 새 국가보안법에 느닷없이 언론조항이 포함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11월10일 공개된 새 개정안 17조(약속, 협의, 선동, 선전 등) 5항에 “공연히 허위 사실을 허위인줄 알면서 적시 또는 유포하거나 사실을 고의로 왜곡하여 적시 또는 유포함으로써 인심을 혹란케하여 적을 이롭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익희 후보의 돌연한 서거로 어부지리로 정권을 얻은 이승만 정권은 2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었다. 그 방안으로 나온 것이 새 국가보안법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반공·좌익척결을 앞세워 국가보안법을 대폭 강화해 정적을 제거하고 언론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 조선일보 1958년 11월 16일자 사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이승만 정권에 대해 언론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11월16일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필요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사설을 시작으로 12월28일까지 국가보안법에 직접 언급한 사설을 무려 16회나 실었다. <보안법통과강행과 절차의 위헌성>(11월21일), <언론자유의 본질과 보안법의 단속규정>(11월23일), <보안법에 관한 각료공동청명을 허함>(11월29일) 등 11월16일부터 2주일 동안 6회, 12월 한달 동안에는 사흘에 한번 꼴로 새 국가보안법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 중 12월9일 게재된 <국가보안법개정의 선결 조건>이란 제목의 사설은 “현행 국가보안법으로 말하면 구형법의 내란외환죄에 관한 규정이 현행 형법과 같이 상세하지 못하고 동시에 치안유지법이 폐지됨으로써 생긴 후 법적 공간을 메우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니 만큼 현행 형법이 제정된 오늘날에 있어서는 벌써 현행 국가보안법과 현행 형법사이에는 소위 관념적 경합이 허다히 존대하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의 기능을 형법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2월19일 법사위에서 야당의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 자유당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3분만에 새 국보법이 날치기 통과된 사건이 있은 지 이틀 후 게재한 사설 <보안법 전면거부에 대한 비난의 정략성>에서는 자유당 정권이 제출한 국가보안법 전문 40개 조항 중 9개 조항만 수정해 통과시키자는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전면 거부’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동아일보 보다 지면에서 논쟁적인 면모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11월25일부터 1면에 <보안법과 나의 주장>이란 10회 연속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개정 국보법에 대한 사회 저명인사들의 찬반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11월19일부터는 개정 국보법을 설명하는 <국회에 제출된 새 보안법안>이란 제목의 상자기사를 상·중·하 3회에 걸쳐 실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 보다 사설 게재 횟수는 다소 적었다. 하지만 자유당 정권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격한 감정’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 동아일보 1958년 11월 20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11월12일부터 국가보안법 관련 내용을 포함한 13개의 사설을 실었지만, 국가보안법을 사설의 제목 등으로 직접 겨냥한 사설은 10개 정도였다. <엉뚱한 보안법 개정안>(11월12일)을 시작으로 <국가보안법의 조건과 한계>(11월17일), <새로 제출된 보안법안을 보고>, <보안법심사에 ‘상당한 위원회’>(12월1일), <국가보안법의 본질적 요소>(12월15일), <보안법파동후의 자유당은 어디로>(12월29일) 등을 실었다.

11월12일자 <엉뚱한 보안법 개정안>이란 사설은 17조 5항의 문제점을 △사회사상에 관계되는 경우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수사당국과 마찰이 불가피하고 △보도기관이 거세당해 정부의 어용으로 화하기 시작하며 △어떤 보도가 인심을 교란케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또한 “‘적의 단체에 가입하지 않아도 그 행위가 결과적으로 적에게 이를 준 자’를 간첩으로 보는 규정이나 ‘정을 알지 못하고 방조한 자도 방조죄로 처벌한다’는 규정은 (중략) 범죄개념의 일대변경을 의미한다”며 “범죄 없는 범죄를 다스리겠다는 것은 실로 행정범과 형사범을 혼동하는 무식의 소치가 아니라면 정부당국의 비위에 거슬리는 국민을 모두 범죄인으로 다스리려는 (중략)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외에도 사설 <새로 제출된 보안법안을 보고>(11월20일)에서는 “자유당은 마치 반공이 전매특허나 맡고 있는 것 같은 독선적인 태도 버려야”, <공청회를 거친 보안법의 결론>(12월19일)에서는 “‘공산당을 보다 더 잘 잡기 위하는데 무슨 반대냐’하는 방식의 지극히 소박한 형식논리로써는 양식과 지식있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신문은 사설에서 ‘공산괴뢰집단’을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데는 변함이 없었다. 조선일보는 “공산당은 그 세계정복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확신화된 상식”(12월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국가와 보안’을 위하여 공산당과 그들의 밀파하는 간첩 및 여소한 자들의 국가파괴행위를 미연에 대비·방지하고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현 정부와 자유당 간부들에 뒤지지 않는다”(11월17일자 사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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