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종교 잡지 ‘기독교사상’(발행인 정지강)이 그동안 교계에서 성역으로 여겨져 온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비평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이를 단행본으로 묶어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민일보를 창간한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설교도 비평 목록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기독교사상은 지난 18일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 설교를 말한다’는 주제로 대형 교회의 목사 16명의 설교에 대해 비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삼박자 구원·오중복음에 묻혀버린 ‘역사’’라는 제목으로 조용기 목사의 설교 비평을 맡은 김세광 한일장신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개척 초기부터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민중)을 향한 소망의 복음이었다는 점 △대중적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복음전도 설교라는 점 △여성과 소외된 자들에게 리더십에 대한 도전 정신을 준 점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 중에서 성령의 사역만을 강조하는 설교라는 것 △개인의 복만을 강조하는 기복적 설교라는 것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소홀히 하는 개인구원 지향적 설교라는 것 △기적적 신적 치유를 내용으로 하는 극단적 신비주의 설교라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김 교수는 “1983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그의 설교와 사역 중에 사이비적 요소가 있다고 규정했다”며 “조상숭배는 우상숭배가 아니라고 가르친 것, 부활 처녀 소동, 안수기도 대가로 금전을 수수한 것, 목사안수 남발, 환상·방언·신유·꿈·예언·기적을 강조하는 예배로 광신적인 신앙운동을 유도하고 그것에 복음과 십자가 이상으로 치중함으로써 감각적인 신앙생활을 유도해 나갈 우려가 있다는 점, 무분별한 성찬분배, 현세 중심·성공 중심·물질 중심의 기복 신앙으로 전락시킨 점” 등이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사이비 시비는 10년 동안 계속되다 9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에게 사과 편지를 정식으로 전달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조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역경·고난·가난·질병·환난을 형통·부요함·건강의 과정으로 보고 있는 점 △개인구원을 말할 때에도 삼중축복의 잣대를 넘어서서, 인격적 통합성과 사회적 성숙을 포괄하는 구원의 메시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 △사회 참여의 신학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점 △사회적 리더십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 등은 조 목사의 설교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조 목사도 내용을 알고 있는데,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현역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비평한 내용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설교비평 심포지엄을 주관한 ‘기독교사상’ 한종호 편집장은 “하나님과 교회, 혹은 목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 설교 비평을 꺼려 왔지만, 설교야말로 비평해야 할 분야”라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년 1회 정도 행사를 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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