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가 극과 극으로 나타났다.

MBC와 JTBC는 윤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실이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 워싱턴선언의 확장억제가 새롭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대화와 평화’ 얘기가 너무 없다는 비판을 했다. 다른 한편으로 TV조선 앵커는 윤 대통령의 만찬 중 ‘아메리칸 파이’ 열창을 단연 화제라고 소개했고, KBS 라디오 앵커는 윤 대통령이 노래 한 소절로 한미간 화합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공격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하고 △미국 핵무기를 포함,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으며 △핵협의그룹(NCG)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토령은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선언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는 27일 <뉴스데스크> ‘백악관 “확장억제 새로운 건 아냐”‥미국 언론 “한국 달래기 위한 것”’에서 “미국에서는 워싱턴 선언이 한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MBC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을 만나 물었는데, 미국의 핵 정책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바이든 미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바이든 미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MBC는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김수진 MBC 특파원과 만나 “기존에 있던 확장억제 정책이 바뀐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사전에 협의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라고 밝히는 내용을 방송했다.

KBS는 같은 날짜 <뉴스9>에서 워싱턴 선언의 실제 효과를 분석했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김경진 KBS 기자는 이소정 앵커가 ‘일각에선 우리가 얻은 것에 비해 미국에 준 것이 많은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온다’고 묻자 “미국의 핵무기 사용 계획에 우리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비판이 나온다”며 “핵협의 그룹(NCG)은 실무자급인 차관보급이 대표를 맡는다, 정례 협의체로 운영한다, 이 정도만 명확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대통령실 자평대로 ‘사실상의 핵공유’가 될지, 아니면 형식적인 협의체에 그칠지는, 앞으로 한미가 NCG를 어떻게 운용할 지를 면밀히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BS는 같은 날짜 <8뉴스> ‘워싱턴 선언 채택…“핵 공격 땐 北정권 종말”’에서 워싱턴 선언을 통해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못하도록 한 점을 지적했다. SBS는 “워싱턴 선언은 그러나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준수 의무를 명문화해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미국은 또 전략적 유연성을 상실할 수 있는 핵 보복 명문화는 물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MBC가 지난 27일 뉴스데스크에서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MBC와 인터뷰를 통해 확장억제 정책이 바뀐 게 아니다라고 밝히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가 지난 27일 뉴스데스크에서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MBC와 인터뷰를 통해 확장억제 정책이 바뀐 게 아니다라고 밝히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JTBC는 아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밝힌 사실상의 핵공유를 반박했다. 김민관 JTBC 기자는 이날 <뉴스룸> 스튜디오에 나와 ‘사실상 핵 공유 맞느냐’는 박성태 앵커 질의에 “여러 전문가한테 들어보니,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단 분석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 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 나토의 핵기획그룹(NPG)은 전술핵을 실제 가져다 놓고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하는 기구인데 반해 우리나라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공동 기획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마치, 실제론 돈이 없는데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하는 것과 같다 이런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MBN도 저녁메인뉴스 ‘정기적 배치 전략 자산은?’에서 한미간의 핵그룹과 나토의 핵기획그룹과 차이를 지적했다. MBN은 “나토 핵기획 그룹에 포함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튀르키예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지만, 하지만, 한미 핵협의 그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 등 핵무기가 배치되진 않는다”고 지목했다.

▲박성태 JTBC 앵커가 27일 뉴스룸의 다시보기 코너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와 평화얘기가 너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 영상 갈무리
▲박성태 JTBC 앵커가 27일 뉴스룸의 다시보기 코너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와 평화얘기가 너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 영상 갈무리

 

무엇보다 한반도 안보를 논의하면서 대화와 평화가 너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성태 JTBC 앵커는 뉴스룸 다시보기에서 “점점 커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미국의 핵 능력으로 대응하는, 이른바 확장억제가 이번 방문으로 강화된 것도 평가할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쉬운 것은, ‘대화’나 ‘평화’ 얘기는 너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그 책임이 먼저 북한에 있다면서도 “혹시 우리도 연일, 미사일, 핵 공격, 압도적, 보복 등 이런 살벌한 말 들 속에서 ‘평화’란 단어는 혹 아예 잊었을까 봐 드리는 말씀”고 강조했다. 박 앵커는 “확장억제도 중요하지만 대화도 필요하다”며 “평화가 전쟁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전직 국정원장의 말도 들을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방문 만찬장에서 ‘아메이칸 파이’를 즉석 열창한 것을 두고 일부 TV와 라디오 방송의 앵커는 극찬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신동욱 TV조선 앵커는 이날 <뉴스9> ‘尹 ‘아메리칸 파이’ 열창…기립박수’에서 “국빈방문의 또 다른 백미는 만찬”이라며 “만찬장의 화제는 단연 윤 대통령의 즉석 노래였다. 한 소절 들어보시겠다”고 권했다.

▲신동욱 TV조선 앵커가 27일 뉴스9에서 한미정상회담 만찬장의 단연 화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즉석 노래였다며 한소절 들어보겠다고 권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영상 갈무리
▲신동욱 TV조선 앵커가 27일 뉴스9에서 한미정상회담 만찬장의 단연 화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즉석 노래였다며 한소절 들어보겠다고 권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영상 갈무리

 

전종철 기자(앵커)는 28일 오전 KBS 라디오 <뉴스와 화제> 클로징멘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빈 만찬은 3시간반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는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윤 대통령의 팝송 열창이었다”며 “내빈들의 노래 요청에 윤 대통령은 못이기는 척 천연덕스럽게 맥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고 상세히 묘사했다.

전 앵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였지만 뇌종양으로 사망한 장남을 포함해서 아들들과 즐겨부르던 노래가 윤 대통령이 열창한 아메리칸 파이였다”며 “윤 대통령의 노래 한 소절로 한미화합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킨 것인데, 이렇게 정상들의 만남은 세심함과 배려가 녹아들어있다”고 극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국빈만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의 노래 제안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국빈만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의 노래 제안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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