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의 한겨레신문지부 특별감사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노조 집행부인 오아무개 한겨레지부장과 사무국장이 28일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는 한겨레지부 요청에 따라 지난 25일 9시간 동안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올해 초부터 한겨레지부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 교통비 및 간담회비 지출 등이 과다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한겨레지부가 이를 소명하겠다며 지난 11일 언론노조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특별감사에는 3인의 언론노조 회계감사와 2인의 한겨레지부 회계감사가 참여했으며 언론노조는 “한겨레지부는 투명한 재정 운용 확보를 위해 노보에 조합비 결산 내역을 전체 공개하고 있고, 지출 증빙을 구비하는 등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통보했다. 교통비의 유류비 사용 규정 신설과 지부 명의 통장 개설을 통한 내부 통제 기능 강화를 권고했을 뿐이다.

문제 없다는 결론에 한겨레지부 내부에서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현재 대의원들 사이에 언론노조 감사 결과가 완전 ‘봐주기 감사’라고 시끌시끌하다. 조합원들이 언론노조 감사 결과를 성토하는 글을 올리는 등 비판이 거세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가장 문제 삼은 지출은 오 지부장의 지난해 9월 3~4일 제주도 출장비다. 오 지부장은 지난 2월 대의원회의에서 제주도 출장비가 81만여 원이라 밝혔으나 이번 감사에서는 55만여 원으로 27만 원 차이가 났다. 오 지부장의 비용 처리 및 식당·렌터카·주유비에 대한 크로스 체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노조비 사용처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시 비등했다.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제주도 출장에 관해 오 지부장 해명은 줄곧 논란이었다. 오 지부장은 지난 2월 대의원회의에서 공석인 한겨레지부 미디어국장 섭외를 위해 당시 제주도 한 달 살기 중인 조합원을 설득하려 이아무개 사무국장과 함께 1박2일 제주도 출장을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제주도에서 오 지부장을 실제 만난 조합원 A 기자는 미디어국장 섭외를 위해 방문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A 기자는 언론노조 특별감사 통보 후 내부 입장을 내어 제주도에서 만난 오 지부장이 당시 식사자리에서 자신에게 “(현재) 가족이 (제주도) 애월 쪽에 있다”, “이제 애월에 (렌트한 차로) 가족들에게 간다”, “사무국장은 함께 오려고 했으나 일이 있어서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A 기자는 “나와는 9월4일 저녁에 겨우 1시간 만났는데, 왜 (미디어국장 섭외를 위해) 이틀 동안이나 출장이 필요했던 건가”라고 오 지부장의 소명을 요구했다. 오 지부장의 제주도 출장이 조합 사무가 아닌 가족 일정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언론노조는 이런 의혹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회계 규정상 저촉 사항은 없었다”고 통보했으나 A 기자는 “왜 내게는 하나도 물어보지 않고 감사를 끝낸 건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오 지부장이 제주도 출장 숙소비가 17만 원이라고 소명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고급 숙소에 머물 이유가 있었는지, 가족과 같이 머문 것인지, 사무국장은 제주도를 동행한 게 맞는지 등 구체적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자 오 지부장은 28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지부장은 “불필요한 유류비 지출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소명되지 않는 지출 금액이 드러나 사무국장이 절반, 내가 도의적 책임으로 절반해서 120여만 원을 회입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대의원회에 보고하고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부적절한 사용액을 자발적으로 회입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과다한 유류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출장비가 부풀려져 지금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 지부장과 이 사무국장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의 또 다른 기자는 “노조 집행부 지출 영수증만 공개하면 해결될 일이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미루다가 언론노조 특별감사까지 요청하게 된 것”이라며 “언론노조 역시 당사자인 지부장 진술에만 의존한 감사에 그치면서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특별감사가 주요 참고인 확인 없이 감사 대상자 위주로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최정기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10시간 동안 감사가 이뤄졌으나 당사자인 지부 소명을 중심으로 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다소 미흡한 면이 있었다”며 “지부장과 사무국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 새로 꾸려질 한겨레지부 지도부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대책을 마련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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