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방 기사 삭제를 대가로 거액을 뜯은 혐의(공동공갈)를 받는 이아무개 NBN TV 탐사보도국장의 구속영장을 27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없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이 국장 영장을 기각했다.

이 국장은 지난 2월~3월 후배 NBN TV 기자에게 홍콩 재벌 2세 맥신 쿠(Maxine Koo)를 비방하는 기사 6건을 게재하게 한 후 맥신 쿠 측에 기사를 삭제해 주겠다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 서울 서초구 NBN TV 보도국 사무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서초구 NBN TV 보도국 사무실. 사진=김도연 기자.

NBN TV 기사는 사기 혐의로 피소된 맥신 쿠가 돌연 잠적했다는 내용으로 맥신 쿠에게 사기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추가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며 그 규모가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는 게 골자다. 근거나 자료, 물증보다 일방 주장과 제보에 의존하는 보도였다.

기사 삭제를 바랐던 맥신 쿠 측은 NBN TV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이 국장을 접촉했다. 양측이 ‘NBN TV에 1년간 총 2억 원의 광고비’(계약금 1억 원+분기별 2500만 원씩 총 4회)를 지급하는 등에 합의한 후 맥신 쿠는 지인을 통해 지난 2월20일 1억 원을 NBN TV 계좌로 송금했다.

이후 기사는 비공개 처리됐으나 맥신 쿠가 NBN TV 및 기자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지 않자 비방 기사는 다시 원래대로 게재됐다. 맥신 쿠는 이 국장과 사기 피해 호소인들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NBN TV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 NBN TV 지난 2월10일자 보도.
▲ NBN TV 지난 2월10일자 보도.

맥신 쿠는 “NBN TV는 언론사인데도 기사를 비공개 처리해준다는 명목 아래 1억 원을 갈취했다. 이는 형사 처벌 대상”이라며 “NBN TV가 다시 기사를 게재한 이유는, 작게는 소송을 취하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나머지 1억 원을 갈취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NBN TV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며 “악의적인 허위 기사를 게재한 후 보도 피해자들로부터 금전을 받고 그 기사들을 비공개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지난 21일 맥신 쿠에게 “일방적인 제보자 주장 위주로 기사가 편향되게 나가게 된 것에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것이 내 불찰로 시작됐음을 변명하지 않겠다. 다만,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 회사 모두가 손가락질을 받으며 우리 또한 명예가 크게 실추됐고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는 점을 감안해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사과했다.

이 국장은 “나 또한 가정의 가장이고 회사의 장이다 보니 딸린 식솔들이 너무나 많다. 나의 개인 일탈로 3자들이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며 “나를 원망하시더라도 이들에 대한 제3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꼭 선처를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그동안 오만하게 취재윤리를 잊고 기사를 작성해 입힌 피해를 평생 두고두고 갚아 나가겠다”며 호소했다. 이 국장은 기존 맥신 쿠 비방 기사를 삭제하고 1억 원을 반환하며 방송사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게재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NBN TV 홈페이지에 맥신 쿠 비방 기사는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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