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9월부터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상파 3사 드라마의 간접광고 실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7일 주관한 ‘간접광고와 협찬문제, 대안은 없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성주 경실련 미디어워치 기획의원은 “9월 이후에 새롭게 방송되는 프로그램도 예전의 제작방식을 고수한 채 정보와 홍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특히 드라마에서는 그 사례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 드라마일수록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미디어워치가 모니터한 간접광고 실태에 따르면 선물 같은 소품으로 간접광고를 하던 것은 옛말이고 ‘드라마 배경 전체가 간접광고가 되는 경우’ ‘의도적인 에피소드 설정으로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경우’처럼 적극적인 형태의 간접광고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KBS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은 주인공인 금파(채시라 분)가 일하는 ‘도레미 피자’가 협찬사인 도미노피자를 쉽게 떠올리게 하며 극에서 동일한 매장과 의상, 포스터 등을 그대로 노출해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으며, SBS 미니시리즈 <형수님은 열아홉>은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박원숙 분)가 보일러 회사를 경영하는 것으로 설정돼 협찬사인 롯데 보일러와 유사한 로고가 반복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SBS의 특별기획드라마 <매직>도 부유한 여주인공(엄지원 분)을 화장품 회사의 상속녀로 설정, 협찬사인 ‘LA PALETTE’의 매장과 배경을 보여주고 새 화장품의 런칭 쇼를 방영하는 등 드라마의 전체 배경을 ‘간접광고화’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성주 미디어워치 기획의원은 “이제는 간접광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드라마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협찬사의 팝업창을 띄워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고 극에 등장하는 업체나 장소, 쇼핑몰 등으로 직접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며 “드라마와 광고의 경계가 없는 ‘드라마를 차용한 간접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함께 발제를 맡았던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의 정연우 교수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물론이고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조차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며 “한번 허용되면 시장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접광고를 제한하는 것이 방송의 공적역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해 간접광고 제한 쪽에 무게를 두었다.

반면 김종학 프로덕션의 김운호 PD는 “방송사에서 주는 돈으로 드라마 제작이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감독·작가·기획 등 드라마의 전 과정을 독립제작사가 책임지고 있는데도 2차 저작권과 광고비 전액을 방송사가 가져가기 때문에 간접광고 없이 독립제작사가 수익을 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간접광고가 공익성을 반감시킨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방송제작구조의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정윤경 책임연구원도 “방송구조를 무시하고 간접광고를 무조건 제한한다면 독립제작사들은 다 망하라는 얘기”라며 “간접광고의 양성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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