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자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대량 살상 무기 지원을 시사하거나 대만 관련 발언 등으로 큰 논란이다. 일부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왜 이 같은 대외적 중대사안을 외신에서만 밝히고 국내 언론에는 직접 설명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한국 기자와 언론마저 불신해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자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서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해서, 그리고 전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결국은 이것은(대만 긴장 고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윤 대통령은 “선거에 임박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고, 결국 남북관계가 늘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며 “상당한 기간을 두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또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가면서 정상이 만나 물꼬를 트고 이렇게 해서 갔다면 남북관계는 거북이걸음이었지만 꾸준하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이전 정부의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대통령 대변인실은 지난 19일 저녁 출입기자단에 공개한 공지를 통해 “오늘(4.19, 수)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반박했다. 대변인실은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 외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 외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같이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상대국가 있는 외교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밝힐 때 왜 외신을 통해서만 언급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달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인 제3자가 변제하는 해법을 밝히면서 구상권도 청구하지 않도록 한다고 말해 큰 반발을 샀다. 이 때도 윤 대통령이 우리 언론을 통해 기자회견이든 직접 설명 방식이든 직접 밝힌 적은 없었다.

이를 두고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변호사)은 23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왜 우리 언론과는 인터뷰를 안하면서 요미우리와 로이터하고만 하는거냐’는 허일후 아나운서의 질문에 “외신과 인터뷰를 즐기는 것 같다”며 “외교와 관련한 사안이라 외신을 우선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좀더 늘리시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 외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 외신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날 김준우 변호사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보수 안에서도 이 문제는 논쟁적이고 첨예한 얘기이고, 어려운 문제”라며 “그런데 수사하듯 압수수색하듯 결단해서 피의사실공표하듯이 로이터에 얘기하는 방식은 굉장히 안 좋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가 어느정도 열려있다는 시그널을 주려면 외교부 장관이나 대사 급에서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인 시그널을 줘야지,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수반인 대통령이 이렇게 먼저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경거망동”이라며 “아마추어적”이라고 혹평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1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고정패널인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이 ‘지금 외교 정책을 요미우리신문이랑 로이터통신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는 느낌인데. 왜 윤석열 대통령 본인 생각에 큰 그림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인터뷰 한 다음에 국민들한테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제가 기자들 만나면 한국 기자들, 일단 한국 언론을 믿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며 “기본적으로 국내 언론과 또 그분이 보는 세계관이 역시 흑백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하람(왼쪽)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23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사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인터뷰를 두고 국내언론과도 인터뷰를 늘리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천하람(왼쪽)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23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사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인터뷰를 두고 국내언론과도 인터뷰를 늘리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김 전 원장은 ‘대통령의 언론관이’ 그렇다는거냐는 박재홍 아나운서 질의에 “4‧19 연설에서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여론조사도 안 믿지 않느냐”며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그레이 에이리어가, 회색지대가 없는 분 같다”고 평가했다.

김 전 원장은 “실제로 한국 언론들한테 아젠다나 한미 방문을 할 때 방일 일정 같은 것들을 굉장히 늦게 그리고 잘 안 알려주려고 한다고 한다”며 “또 하나는 일단 외신에 (인터뷰로 메시지를) 던져서, (논란이 되더라도) 해석의 문제나 번역의 문제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살상무기 안한다고 정부가 밝힌 것을 바꾸는 것이라면 차후에라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고 김 전 원장은 전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21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언론을 믿지 않는 것 같다며서 언론관도 흑백인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갈무리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21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언론을 믿지 않는 것 같다며서 언론관도 흑백인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갈무리

 

이같이 윤석열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민감하고 중대한 외교 정책 이슈를 외신에서 언급하고 국내 언론에 직접 설명하지 않는 ‘한국언론 패싱 현상’에 대한 우려에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용진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은 23일 오후 SNS메신저 답변에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밝혔다. 이밖에 미디어오늘이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대변인, 부대변인, 행정관, 대외협력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 등에 이 같은 질의를 했으나 23일 16시40분 현재 답변을 얻지 못했다. 전화통화도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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