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를 두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면서 사과한 뒤 민주당을 탈당하고 즉시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윤관석 당시 사무총장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돈 봉투 살포 논의와 녹취 내용에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결정을 존중하다고 밝혔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가슴이 아프다”, “먹먹하다”며 송 전 대표를 두둔하는 반응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꼬리자르기식 탈당이 아니냐”, “이럴 거면 왜 이제야 입장을 밝히느냐”, “돈봉투 사건을 모른다? 국민을 바보로 아나”라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22일 밤 11시(한국시각) 파리 3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년 전 전당대회와 관련하여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 자체를 두고 송 전 대표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사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며 “법률적 사실 여부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억측과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돌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그는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면서 “저는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 탈당하고자 하고, 당연히 민주당 상임고문도 사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당 한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검찰의 수사에 응하겠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하여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귀국 일정과 관련해 송 전 대표는 23일 저녁 8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해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핵심 의혹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최근 녹취록에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구성하고, 뿌리는 과정이나 정황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질의에 “모든 사안에 대해 구체적 논박을 벌이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서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겠다”고 답을 피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예전 발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송 전 대표는 “예 그렇습니다”라며 “이 문제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밤 11시(한국시각) 파리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파리특파원 등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밤 11시(한국시각) 파리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파리특파원 등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그 얘기는 ‘여전히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하는 거라 이해하면 되느냐는 기자의 재차 질의에 송 전 대표는 “제가 4월15일 당 대표 출마 회견을 했더라. 제 일정표를 받아서 보니까. 그리고 4월18일부터는 후보 등록 이후에 전국 순회강연, TV토론, 세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그때 세 후보 모두 30분 단위로 뛰어다녔던 상황”이라며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게 관련해서 보고 받은 기억이 전혀 없느냐는 물음에도 송 전 대표는 “예 없습니다”라고 했다. 강래구 감사의 구속영장이 기각 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송 전 대표는 “그것도 가서 보겠으나 강래구 감사님은 지난 총선 때 출마를 포기하고 수자원공사 감사가 되었기 때문에 저의 전당대회 때는 캠프에 참석할 수 있는 신분과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을 감시감독 못했다고 말한 점도 해명했다. 그는 “제가 지난번에 한 방송사와 인터뷰 때 약간 오해가 있었던게 뭐냐면 제가 이정근 사무부총장님의 개인적 일탈에 대해 감시감독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가지고 일부 언론과 국민들이 봤을 때 당 대표를 한 사람이 무책임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 때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정근 사무부총장이 박모 사업자와 본인도 지금도 개인적 채권채무관계라고 주장하지만 알선수재 혐의로 1심에서 실형 4년6개월이 실현된 날이다. 항소심 재판이 남아있었지만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이 논란은 별개의 말씀이었다”며 “전체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구체적 사안은 귀국해서 하나하나 점검하고 대응해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계은퇴하라는 유인태 고문의 비판을 두고 송 전 대표는 “저는 정치를 직업이나 생계로 하지 않았다”며 “학생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화채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사명을 완료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와 통화내용이 뭐였는지를 두고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통화 속에서는 저의 입장을 다시한 번 설명드렸고, 서로 듣는 그런 시간이었다”며 “기자회견을 하라마라 이런 얘기가 있었으나 저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나가고 들어가고 무슨 일을 하고 안하고 할 때 분명하게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고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투명하게 행보를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파리에 놀러와있는 것도 아니고 프랑스 대사의 추천으로 공식적 학교와 계약을 맺고 와있는데, 그냥 소리없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여야 반응은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존중한다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3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운동 시절 관계가 돈독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회견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집이 없는 드문 동세대 정치인이다.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라고 두둔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조금전 송영길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글귀가 떠올랐다”며 “우리 정치란 무엇인지, 묻고 또 묻게 된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썼다. 남 부원장은 “송영길은 비록 민주당을 떠나지만, 제겐 영원한 민주당 대표로 진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꼬리자르식 탈당 아니냐,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논평에서 “이런 기자회견을 할 거였다면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서 검찰 수사를 받는 편이 당연했다”며 “‘정치적 책임’을 운운했지만 결국 국민이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꼬리자르기 탈당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면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괴롭힘’으로 표현하는 모습에서는, 겉으로는 사과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여전히 반성 않는 민주당 특유의 이중성도 드러냈다”며 “무엇보다 돈봉투 사건을 여전히 ‘전혀 몰랐다’고 반복하고,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답변은 이재명 당 대표 과거 모습과 데칼코마니”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송영길 전 대표는 ‘쩐당대회’ 의혹의 핵심인 돈봉투 살포는 몰랐다며 계속 선긋기 하고 있다”며 “송영길 전 대표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송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내가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는 이성만 의원, ‘영길이 형이 많이 처리했더라’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 공개된 녹취록 내용을 들어 “녹취록에는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여럿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는 “송영길 전 대표가 아직도 ‘이정근의 개인일탈’이라고 우긴다 해도 이를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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