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전 당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녹취록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JTBC의 12일 첫 보도 이후 ‘다른 상황에서 한 발언을 왜곡했다’는 윤관석 의원 주장에 JTBC가 13일 윤 의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돈 봉투 전달 논의 정황이 담긴 육성 여러 건을 추가로 보도했다.

이에 윤관석 의원은 14일 추가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윤리감찰단과 같은 공식적인 당내 기구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JTBC는 13일 저녁 <뉴스룸> 톱뉴스 ‘단독 윤관석 직접 “회관 돌며 만나서 처리” 윤관석 육성’에서 민주당 전당 대회를 일주일 앞둔 2021년 4월25일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감사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전화통화에서 “관석이 형이 꼭 돈을 달라고 하면 돈 1000만원 주고”라고 말하는 육성과, 이틀 뒤인 그해 4월27일 “저녁 먹을 때쯤 전화 올 거예요. 그러면 10개 주세요”라고 해서 이정근 사무부총장이 “누구한테? 윤한테?”라고 되묻자 “예”라고 답변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당일(4월27일) 이 전 부총장은 여의도 한 중식당 앞에서 윤 의원을 만나자는 육성도 방송됐다. JTBC는 이 전 부총장이 이날 강래구 감사와 통화에서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말하는 육성을 방송했다.

▲JTBC가 지난 14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전 돈봉투 전달 정황이 담긴 추가 육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14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전 돈봉투 전달 정황이 담긴 추가 육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그 다음날인 4월28일 윤관석 의원은 이 전 부총장과 통화에서 ‘똑같이? 어제 그만큼?’이라고 묻는 이 전 부총장에게 “응, 내가 그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한다. 이 전 부총장은 “그래. 해결할게요”라고 답했다.

JTBC는 이어진 리포트 ‘[단독] “우리도 주세요 그래가지고” 실명 열거’에서 같은달(2021년 4월28일) 윤관석 의원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통화에서 전날 받은 봉투가 모자랐다며 더 줘야 할 의원들의 실명들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통화 육성에 의하면 윤 의원이 “그래서 우리 했던 OO이나 OO이나 OO이나 OO이나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하니, 이 전 부총장이 “거기 해야 돼 오빠. (효과가 있든 없든)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것으로 나온다.

윤 의원은 이어 “나는 인천(지역 의원) 둘하고 OO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가지고 거기서 세 개 뺏겼어”라고 말하는 육성도 방송됐다.

이에 전날까지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반발의 목소리를 내놓았던 민주당은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실관계는 잘 모른다. 더 알아야 내용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주 정도 되면 사건 실체가 뭔지 파악해서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바깥에 책임있게 밝히려면 공식적인 과정을 겪어야 한다”며 “예상키로는 공식과정을 거쳐서 살펴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내용에 대한 진상조사할 기구를 두고 “이런 문제 생기면 기존에 윤리감찰단 등이 해왔다”며 “윤리감찰단에서 하게 된다면 여기서 파악된 내용 근거로 해서 사건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검찰조사와 별도로 당내에서도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거냐는 질의에 권 수석대변인은 “그런 게 필요하다는 얘기가 내부에 있다”며 “파악도 안하고 언론에서 나오는대로 각자 따라갈 수는 없다”고 답했다.

▲JTBC가 지난 14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전 돈봉투 전달 정황이 담긴 추가 육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14일 뉴스룸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전 돈봉투 전달 정황이 담긴 추가 육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권 수석대변인은 “내부에서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겠다’, 이런 우려들은 다 하고 있다”면서 “(우려하는 분위기가) 없다면 잘못된 당이다. 사실이라면 불미스러운 일이잖느냐. 그 부분에 대해 우려 목소리 있는게 당연하다”고 털어놨다.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엔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에 얘기한대로 (수사내용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검찰에서 영장을 치는 날 녹취록이 나왔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의 개입이나 기획이 없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취지에서 한 것이고, 사건의 실체는 별도로 파악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검사 출신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론에서 육성으로 된 녹취, 녹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가지고 이거 참 안 믿을 수도 없고 황망할 따름”이라며 “시기를 보면, 연이어서 (윤관석-이정근 등의) 대화가 있었다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딴 거 가지고 짜깁기 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나 싶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이게 만약에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2008년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가 300만원 돈 봉투 돌린 걸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왔는데, 300만원씩 최소 10명, 50만원(씩) 최소 수십명이라면 박 전 후보보다 훨씬 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송영길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당사자인 윤관석 의원은 14일 저녁 7시30분 현재 JTBC가 전날 보도한 윤 의원 본인의 추가 육성 내용의 진위여부를 묻기 위해 미디어오늘이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 질의에도 아직 윤 의원과 윤 의원실 관계자들의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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