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의사당 앞에 걸려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현수막. 사진=정철운 기자 
▲지난 13일 국회의사당 앞에 걸려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현수막. 사진=정철운 기자 

정부‧여당‧언론이 ‘가짜뉴스’ 언급을 늘려가고 있다. 이윽고 ‘나라 망치는 거짓 선동 OUT’이란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언론통제의 빌미를 찾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29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신문의날 축사에선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까지 와해시킨다”고 했다. 뒤이은 축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진실을 목숨처럼 여기는 신문의 힘으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를 뿌리 뽑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산하 팬덤과 민주주의 특위는 △방문자나 영향력(추천·공유) 등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유튜브 채널의 언론 중재 대상 추가 △가짜뉴스 피해 구제 원스톱 대응 포털 구축 △가짜뉴스 수익 창출 방지를 위한 규제모델 구축 등을 ‘가짜뉴스’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이 불가피하다. 앞서 지난 3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 같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를 설치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부 보수신문은 ‘지원 사격’으로 이런 정부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7일자 칼럼에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가 우리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세습이나 삼중수소 농도,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과학이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도 과학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음모론자는 과학을 이념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고 썼다. 윤완준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같은 날 칼럼에서 “민주당은 왜 극우 산케이 등 일본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독도, 후쿠시마 관련 보도를 쏟아냈는지 주목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아베파에 놀아나고 있다고 전한 뒤 “(日 기시다 총리의) 독도 거론은 가짜뉴스가 분명해 보인다”고 썼다. 

다음날(8일) 국민의힘은 <결국 후쿠시마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민주당, 이제라도 ‘괴담’ 유포를 중단하라>는 논평을 내고 “국민을 속이는 선동을 주목적으로 떠난 방문이었기에, 떠날 때부터 빈손은 예상됐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시민언론 더탐사’는 이제 대한민국 지명도 ‘죽창가’와 연결시키는가>라는 논평을 내고 “더탐사 같은 좌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언론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의 늪에 빠져 있다”고 했다. 

▲4월10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 제목. 
▲4월10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 제목. 

이틀 뒤 조선일보는 10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끝없는 거짓이 헌법 정신 위협”>을 뽑고 윤 대통령이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가짜뉴스를 비판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날 사설에선 일명 ‘친일 횟집’ 소동을 언급하며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은 모두 특정 정치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했다”며 “이참에 가짜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과 포털, 소셜미디어 등 유포 채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11일)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분별한 가짜뉴스와 악의적인 정치공세엔 지금보다도 더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는 ‘나라 망치는 거짓 선동 OUT’이라는 글귀가 담긴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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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가짜뉴스 타령으로 권력의 무능을 가릴 수는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성명을 내고 “집권과 동시에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느닷없이 ‘가짜뉴스’를 탓하며 언론통제의 빌미를 찾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끝도 없는 허위사실 유포로 노동개악을 시도하다 여론의 저항이 커지고, 연이은 외교참사, 무능 국정으로 민생위기가 가중되고 지지율이 폭락하자 비판언론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반전을 꾀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언론의 이중적 태도도 겨냥했다. 언론노조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집권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자, 국민의힘은 언론노조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 무임 승차해 언론자유 투사인 척 목청을 높였다”고 지적한 뒤 “이제 여당이 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이 반대했던 ‘언론중재법 시즌 2’를 만들어 비판언론을 옥죄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가 언론탄압이라며 날뛰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불편해하는 ‘가짜뉴스’를 더 엄정히 처벌하자며 조변석개하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작태는 권력과 야합해 언론·표현의 자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안쓰러운 수준”이라고 개탄한 뒤 “모두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양 자신들의 과거 행보와 발언들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공수를 교대해 가며 언론자유를 공격해 이득을 취하려는 낡은 정치가 민주주의를 좀 먹고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현 정부 여당의 행보를 “자가당착”으로 규정하며 “가짜뉴스 타령으로 권력의 무능을 가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금의 당신들과 똑같은 일을 하다가 정권을 잃은 게 불과 1년 전”이라며 “포털 장악을 위한 신문법 개악 시도, ‘가짜뉴스’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공영방송 장악을 노린 정치 표적 감사 등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을 위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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